[사설] 김우중 전 회장은 추징금을 내야 한다
입력 2013-09-17 15:17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추석을 앞두고 전격 귀국한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미납 추징금 납부 약속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17조9258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지만 대부분 내지 않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만큼 이번 귀국이 깔끔한 처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범죄행위로 인한 대가를 치르지도 않고 잊어버릴만하면 우리나라에 들어와 얼굴만 비치고 가는 그의 행태에 국민들은 적지 않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추징금을 낼 여력도 없는 데다 대응할 입장도 아니라는 측근들의 말은 듣기에 따라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비치기도 한다. 일반인에 대해서도 추징금을 집행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반발이라면 유감천만이다.
이 개정안에는 추징금을 당사자 가족이나 제3자로부터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미 정부에서 입법예고를 해 놓은 터라 국회를 통과하면 김 전 회장 가족 소유 재산의 출처 등을 조사해 추징할 수 있다. 그의 재산이라는 입증 책임은 검찰에 있지만 강제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칼날을 피해갈 방법은 거의 없는 셈이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례가 단적으로 증명한다.
김 전 회장은 추징금을 낼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조세피난처에 숨겨둔 은닉재산이 드러나 840억원을 강제로 뺏긴 것이 추징금 납부의 전부다. 그의 장남은 경기도 북부 유명 골프장의 대주주이고, 3남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베트남에 수백억원대 호화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 추징금은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대한 것으로 뇌물죄가 적용된 두 전직 대통령과는 성격이 다르긴 하다. 그렇지만 파렴치한 분식회계로 수많은 금융업체를 곤경에 처하게 만든 것은 물론 국가적 재난인 환란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추징금을 완납하는 것은 ‘법 앞의 평등’이라는 민주주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