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의 추석] 풍성한 나눔 프로그램
입력 2013-09-17 13:58
이웃 쪽방촌에, 이주 노동자 마음에도
보름달 둥∼실 떠오르면 좋겠습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에 고향마을로 떠나는 크리스천들의 마음은 설렌다. 전국의 시골교회에선 떡과 과일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거나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분위기다. 고향을 찾기 어려운 이주노동자나 노숙인, 쪽방촌 사람 등을 위한 한국교회의 나눔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설레는 시골교회 어르신들
전국 농어촌 교회의 어르신들은 벌써부터 자녀들에게 싸줄 음식이나 농산물을 마련했다. 자식들을 보러 역귀성에 나서는 어르신도 많다. 경북 예천군 미호리의 보성교회 권용숙 목사는 “고령의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이곳에는 여전히 명절을 앞두고 설레고 인심도 좋아지는 푸근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주일예배는 다른 때보다 더욱 쓸쓸할 것으로 보인다. 추석연휴 마지막날인 22일이 주일이라 고향을 찾아온 사람들이 고향 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충북 영동군 물한리의 물한계곡교회 김선주 담임전도사는 “명절 중간에 주일이 끼어 있으면 타지 분들도 예배에 참여하곤 하는데 이번에는 주일예배 참여 인원이 평소보다 훨씬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도 정선군 석곡리의 석곡교회에선 혼자 추석을 보내는 어르신들에게 나눠드릴 비누 샴푸 치약 등을 담은 선물세트 40여개를 준비했다.
망향의 설움 달래는 교회
고향에 가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안산이주민센터는 19일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만남의공원에서 이주민들과 함께 ‘비빔밥 축제’를 연다. 이주민들과 지역주민 등 1000여명이 비빔밥을 함께 만들어 나눠 먹는 프로그램이다.
중국동포연합회, 타일랜드보컬(태국 공동체), 신짜오(베트남 공동체), 스리랑카 독립협회 등 8개 이주민 공동체에서 참여할 예정이다. 이주민센터 박천응 목사는 “명절이면 더욱 외로울 수밖에 없는 이주민들과 함께 모여 정을 나누고 흥을 돋우고자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각 나라의 놀이문화를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놀이문화 비빔마당’에서는 쌍치(중국 장기)대회, 까우(베트남 제기)와 쩐드(중국 제기) 차기, 빤짜삐낭(인도네시아 놀이), 고타보라(스리랑카 놀이), 팔씨름대회 등이 진행된다. 이 외에도 이주노동자 밴드 10개팀이 경연을 벌이는 ‘밴드문화 비빔마당’도 마련됐다.
노숙인을 위한 힐링 프로그램
인천 해인교회가 설립한 남녀 노숙인 지원시설(쉼터) ‘내일을 여는 집’은 명절에 고향이나 가족을 찾아갈 수 없는 노숙인 입소자들을 위한 특별한 여행을 떠난다. 명절이면 더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을 위해 시설 관계자들은 연휴를 반납키로 했다.
추석연휴 첫날인 18일 오전에는 송편과 전, 부침개 등 명절 음식을 입소자들이 직접 만들기로 했다. 점심식사 후에는 제기왕을 뽑는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하고 저녁에는 그룹을 나눠 평소 보고 싶었던 영화를 관람키로 했다.
추석 당일인 19일에는 남녀로 나눠 ‘가을 힐링 여행’에 나선다. 남성 입소자 25명은 1박2일 일정으로 무의도를 찾기로 했다. 무의도는 인천국제공항 옆에 위치한 섬으로 실미도와 붙어 있다. 실미해수욕장에서 갯벌 체험을 하고 영종도 하늘공원 등에서 치유 프로그램이 열린다. 여성 입소자 9명은 경기도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방문한다.
쪽방촌 사람들을 위한 선물
월세 20만∼30만원이나 하루 숙박비 7000원을 내고 비좁은 공간에 머무르는 쪽방촌 사람들이 따뜻한 추석을 보내게 하기 위해 한국구세군(박만희 사령관)은 작은 선물을 마련했다.
신한금융그룹 후원으로 쌀 화장지 치약 즉석밥 등 생필품이 든 선물세트 1400개를 서울 종로 남대문 서울역 영등포 등의 쪽방촌 거주자들에게 전했다. 선물세트는 신한금융그룹 임직원과 구세군 관계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 등 100여명이 지난 10일 직접 만들었다.
또 명성교회(김삼환 목사)는 추석을 앞두고 서울 명일동 구성전인 베들레헴성전 지하 1층에 ‘사랑의 쌀독’을 설치, 지난 6일부터 운영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교인이나 취약계층 지역주민들을 위한 배려로 쌀이 필요한 이들은 누구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추석명절이 지난 이후에도 상시 운영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프로그램
한국교회희망봉사단(한교봉)은 지난 9일부터 ‘맞춤형 나눔’ 활동을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 및 위로 대상자 그룹 등 8곳(단체 및 개인)을 선정, 한교봉 회원 교회들이 직접 방문 또는 심방을 통해 지원 물품을 전달했다.
한교봉은 쌍용자동차 희생자 유족과 연평도 포격 희생자 유족들을 비롯해 서울 동자동 및 창신동 쪽방에 거주하는 10여 가정에 과일세트 등을 전달했다. 또 기륭전자와 콜트콜텍 등의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19명과 도박중독 재활 치료 중인 취약계층 환자 20명과 원폭 피해자 2세 환우 13가정을 선정, 추석선물을 지급했다.
이밖에 강남세브란스병원 등의 추천을 받아 루게릭, 엔젤만 증후군 등 희귀난치성 환자 30여명에게 성금 등을 전달했다.
김경택 최승욱 이사야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