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의 추석] 갈등 대신 소통으로 명절나기

입력 2013-09-17 13:52


“사랑해, 감사해요”라 말하세요

크리스천들에게 추석 명절은 감사의 절기이다.

한 해 동안 고난과 역경 속에서 인도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와 부모님의 사랑에 감사하는 명절로 보내야 한다.

감사는 크리스천의 신앙고백이며 하나님을 신뢰하겠다는 순종의 표현이다.

감사는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이고 하나님을 설득하고 하나님을 감동시키는 통로이다. 한 해 동안 받은 은혜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자.

절기를 통해 가족 구성원들은 확고하고 친밀한 가족공동체로서 묶여질 수 있으며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결혼 7년차 주부이자 맏며느리인 A집사(36·여)는 명절 때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시댁 식구들의 사업이 대부분 어려워진 데다 남편과 시댁을 하늘 떠받들 듯 모시길 원하는 시어머니 탓에 명절날 가족이 모여도 분위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 이랬던 A집사 가족의 분위기를 바꾼 건 ‘감사하다’는 한마디 말이었다. 그간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 시부모와 남편이 원망스러웠지만 그는 신앙인으로서 순종하고 섬기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 먼저 감사를 표현하기로 결심했다.

A집사는 “아들 낳아 키워보니 남편을 아끼는 어머니 마음이 이해돼 몇 해 전부터 시댁에 갈 때마다 감사 인사를 드렸다”며 “뭐든지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어머니 말씀에 맞장구치다 보니 서로 더 이해하고 존중하게 돼 명절날 가족 분위기도 덩달아 밝아졌다”고 말했다.

19일은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다. 명절은 온 가족과 친지가 오랜만에 만나 안부와 감사를 나누는 날이지만 동시에 이들의 잔소리와 시선 때문에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는 날이기도 하다. 명절의 의미를 무색케 하는 주요 원인은 다름 아닌 ‘듣기 싫은 말’이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배려가 없이 말한다면 상대방에게 상처와 스트레스를 주기 쉽다”며 “가족 간 대화에도 서로 예민한 주제는 피하고 경청하며 공감해주는 지혜로운 말하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성적, 진로, 결혼, 재산, 과거사… 민감한 질문은 가급적 피하자

가족의 화목을 위해 명절날 가족 간 삼가야 할 말엔 무엇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상대방이 듣기 싫은 질문을 던지는 것’을 꼽았다. 이의수 남성사역연구소장은 “10대에게는 성적이고 20·30대 취업과 결혼, 40대 재산, 50대 과거사 등 연령별로 부담을 주는 질문이 있다”며 “드러내고 싶지 않거나 잊고 싶은 상처를 건드리는 질문을 하면 서로 원망하다 명절 분위기를 망칠 가능성이 높으므로 피차 민감한 이야기는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종교가 다른 가족들이 모일 때도 서로를 배려하고 포용하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우경 연세대 코칭아카데미 책임교수는 “종교엔 각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절대적 가치나 신념이 담겨 있으므로 상대방 종교를 무시한 채 무조건 내 종교만 옳다고 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명절날 기독교인으로서 가족·친지들에게 전도를 하길 원한다면 무조건 설득하려 하기보다 사전에 기도를 충분히 한 뒤 사랑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 조언했다.

‘공감의 대화’를 하자

갈등을 피하기 위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 가족끼리 근황을 묻지 않을 순 없는 일이다. 어떻게 해야 기분 상하는 일 없이 가족 간 소통을 잘할 수 있을까. 지구촌가정훈련원 대표 이희범 목사는 ‘유 메시지(You-Message) 대신 아이 메시지(I-Message)’ 대화법을 권했다. 이 목사는 “유 메시지는 상대를 주어로 말하는 것이고 아이 메시지는 나를 중심으로 하는 대화 기법을 말하는데 이를 사용하면 상대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테면 대입 시험을 앞둔 조카에게 ‘너 성적은 잘 나오냐’고 묻는 대신 ‘나도 네 나이 때 공부로 많이 힘들었다. 괜찮니?’라고 질문하는 식”이라며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아이 메시지 대화법을 활용한다면 명절 때 가족·친지 간 친밀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자녀와 조카들에게도 도전에 대한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명절 때 갈등이 생기기 쉬운 고부 또는 장서, 부부 간 대화에서는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해 공감해주는 것이 최선이다. ‘홀리스피치’의 저자이자 KBS 전 아나운서인 신은경 차의과학대학 의료홍보영상학과 교수는 가족에게 부정적인 말을 들었을 때 이를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 바로 응수해선 안 된다고 했다. 대신 왜 내게 저런 말을 하게 됐는지 먼저 맥락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가시 돋친 말 속에서 상대의 마음을 읽지 못하면 전혀 엉뚱한 대답을 하게 되고 결국 서로의 갈등만 깊어지게 된다”며 “서로의 마음을 읽고 인정하고 위로해주는 ‘공감의 대화’가 이뤄진다면 추석 때 말로 상처 주는 일은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 말했다.

칭찬의 말과 감사편지로 사랑 표현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칭찬과 격려의 말, 감사인사 등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가족애를 돈독히 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산철 크리스천라이프센터 사무총장은 “명절 음식이나 선물도 좋지만 ‘반갑다’ ‘고맙다’ ‘기쁘다’는 말 한마디가 가족에게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에 대한 친밀감은 표현해야만 알 수 있으므로 이번 추석엔 감사하는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하려는 노력을 해 보자”고 제안했다. 또 그는 “준비한 선물 안에 감사 편지를 동봉하는 것도 마음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도 덧붙였다.

마음은 있으나 선뜻 감정을 표현하기 어색한 이들에겐 ‘표현에 앞서 기도하라’는 제언도 나왔다. 크리스천다움스피치센터 전아 목사는 “평생 감정 표현을 거의 하지 않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자신의 마음을 말로 잘 전하긴 힘들다”며 “‘성령의 충만함을 받을 때 성령이 말하게 하심을 따라 말했다’(행 2:4)는 성경 말씀처럼 명절날 가족에게 감사 표현을 할 기회를 하나님께 간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