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관계 초석 놓은 독일인들 집중 조명… 양국 수교 130주년 맞아 ‘독일인의 발자취를 따라’ 출간
입력 2013-09-16 19:09
한국과 독일 수교 130주년을 맞아 한국 땅을 밟은 독일인을 조명한 ‘독일인의 발자취를 따라’(일조각)가 16일 출간됐다. 한스 알렉산더 크나이더 한국외국어대 독일어과 교수가 30년간 한·독 관계사를 연구하며 축적한 자료들을 집대성한 것이다. 2009년 독일에서 출간한 뒤 새롭게 찾은 자료와 인물들을 수록해 한국어판으로 출간했다.
저자는 “독일인이 처음 한반도를 밟은 순간부터 대한제국이 주권을 잃을 때까지 300명 이상의 독일인이 한국을 짧게 방문하거나 일하고 거주했다”며 “미국인과 영국인 수와 비교하면 극히 적지만 바로 이들이 독일과 한국의 관계를 형성하고 특징짓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소개한다. 1883년 11월 26일 한성에서 조독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된 뒤 한국을 찾은 인물들을 외교관, 한국 관청 관리, 군인과 귀족, 상인과 엔지니어 및 광원, 신부, 모험가, 민간 선박 선원 등으로 나눠 정보를 정리했다.
숫자는 적지만 당시 대한제국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한 인물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게 파울 게오르크 묄렌도르프다. 청나라 세관리로 일하던 그는 이홍장 총독의 추천으로 한국으로 오게 됐다. 당시 외교통상 업무를 관할하던 통리아문에서 참의 등을 맡았고, 고종의 신임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조선 정부 최초의 서양인 고문인 동시에 고위직에 오른 최초의 서양인으로 꼽힌다.
또 군악대 대장으로 독일과 유럽 음악을 한국에 전한 군악대장 프란츠 에케르트, 고종의 시의(侍醫)로 활동하며 근대 의학을 소개한 청년 의사 리하르트 분쉬를 소개한다. 프랑스계 독일인인 손탁은 한성 최초의 서양식 호텔을 운영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들 외에도 당시 이름 없이 이역만리 한국 땅을 찾았던 이들의 존재를 다시 한 번 되살리고 있다. 한국과 독일의 초기 교류사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나온 의미 있는 저서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