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난 CJ푸드빌 뷔페형 한식당 ‘계절밥상’ 가보니… “착한 가격·재료… 3시간 기다려도 만족”
입력 2013-09-16 18:35
대기번호 124번.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무려 3시간이다.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부부부터 휠체어에 탄 노부모를 모시고 온 사람까지 순번표를 든 이들은 다양했다. 긴 기다림에도 얼굴에는 짜증 대신 기대감이 가득했다.
16일 찾아간 경기도 판교의 쇼핑몰 아브뉴프랑의 ‘계절밥상’ 1호점 앞 풍경은 독특했다. 3시간 넘게 줄을 서고 있다는 김민주(38·여)씨는 “가격 대비 맛도 좋고 재료도 좋다”면서 “얼마 전 2시간 기다려 먹었는데도 후회가 없어 이번에는 친정어머니, 언니와 함께 왔다”고 말했다.
CJ푸드빌의 뷔페형 한식당 ‘계절밥상’이 외식업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 7월 문을 연 계절밥상은 현재까지 누적 고객 7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220석 규모의 매장에 하루 평균 1000여명이 들어와야 가능한 기록이다. 각 테이블에 앉는 손님이 최소 하루 5번 정도 바뀌어야만 달성할 수 있는 숫자다. 일반적인 뷔페식당의 테이블 회전율은 하루 3.5∼4회 정도다. 폭발적인 성공에 힘입어 CJ푸드빌은 15일 서울 가산동 패션아울렛 W몰에 2호점을 열었다.
계절밥상의 성공 비결은 맛과 가격, 그리고 철저한 마케팅이다. 마케팅 키워드는 ‘저렴한 가격’과 ‘감성’이었다.
계절밥상은 일반적인 한식 뷔페보다 싼 1만2500원에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CJ푸드빌의 다른 외식 브랜드 ‘비비고’의 기본 비빔밥이 7500원, 투썸플레이스의 아메리카노 커피가 4100원인 점과 비교한다면 파격이다. 계절밥상에서는 비비고와 투썸플레이스 메뉴도 공급하고 있다.
싼 가격, 좋은 품질을 잡기 위해 CJ푸드빌은 농산물 직거래와 대량 구입에 공을 들였다. 특히 농산물 직거래를 통해 7∼10%의 유통 마진을 절감해 이를 고스란히 고객과 농부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최근엔 가을 메뉴인 ‘감자’ 요리를 선보이기 위해 경남 거창의 67개 농가와 감자 직거래를 하기도 했다.
여기에 CJ푸드빌은 계절밥상뿐만 아니라 자사 외식 브랜드에서 사용할 모든 식재료를 한꺼번에 구입해 가격을 한번 더 내리는 효과를 봤다. 저렴한 가격을 위해 매장의 입점 위치도 포기했다. 입소문만 난다면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서울 핵심 상권 대신 외곽에 입점함에 따라 임대료 차액을 높은 품질의 메뉴로 고객에게 돌려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특한 감성 마케팅도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가마솥에 담긴 밥은 물론 후식으로 구성한 뻥튀기, 옛날 팥빙수, 씨앗 호떡은 옛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매장에 흐르는 음악도 브랜드 콘셉트에 맞춰 향수를 불러일으킬 추억의 노래로 구성했다. 손님이 쾌적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테이블 위에 까는 종이 매트의 사이즈를 다른 패스트푸드점보다 30% 키우는 세심함도 고객의 발길을 끌어당겼다.
계절밥상은 모든 메뉴를 농촌의 건강한 식재료로 만들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노력한다. 매장 내에 식생활 소통 연구가로 활동하고 있는 방송인 안은금주씨가 촬영한 농촌 사람들의 모습을 걸었고,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 중인 ‘계절의 식탁’과 연계해 식재료 신뢰도를 높였다.
계절밥상 브랜드를 총괄한 노희영 CJ그룹 브랜드전략 고문은 “계절밥상은 건강한 제철 식재료를 생산해내기 위한 농부의 오랜 기다림과 정성까지 메뉴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이 같은 진정성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