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화학무기 합의했지만… 美·러시아 ‘동상이몽’

입력 2013-09-16 18:24 수정 2013-09-17 01:21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포기를 제안한 제네바 합의안을 내놓고도 시리아 문제 전반에 걸쳐 여전히 상반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ABC방송 시사프로그램 ‘디스 위크’에 출연,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를 위한 원칙적 합의를 했지만 양국 간 견해차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에 대해 미국과 다른 태도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알 아사드 대통령을 비호하는 등 시리아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사드 대통령이 집권하는 한 어떤 형태로든 분쟁은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 외곽에서 벌어진 화학무기 참사가 반군 소행이라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도 반박했다. 그동안 미국은 자체 조사결과 시리아 정부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해 왔다.

이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파리에서 회담을 갖고 시리아 화학무기에 대해 ‘강력하고 법적 구속력이 따르는’ 유엔 결의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들은 알 아사드 대통령이 화학무기 폐기 일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유엔 화학무기조사단은 16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우리가 수집한 환경·화학·의료 샘플은 다마스쿠스 구타 지역에서 신경가스인 사린이 탑재된 지대지 로켓이 사용됐다는 분명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학무기 피해자 상당수는 어린이를 비롯한 민간인이라는 사실도 명시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화학무기를 반군과 정부군 중 어느 쪽이 사용했는지에 대해선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지난달 21일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화학무기인 사린가스가 대량 사용돼 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른 바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