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스, 美 연준 의장 후보 포기… 옐런 부의장 ‘0순위’ 급부상

입력 2013-09-16 18:20 수정 2013-09-16 22:33

미국 중앙은행 차기 의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돼 온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후보직을 스스로 포기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 정책을 사실상 주도해온 인물이어서 그의 사퇴로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가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그동안 금융위기 촉발 책임론과 성차별 언행 등 각종 구설에 휩싸여 크게 흠집이 난 만큼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새 인물이 필요했다는 당위론도 적지 않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오늘 아침 서머스 전 장관과 얘기를 나눈 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로 자신을 고려하지 말아 달라는 그의 결정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서머스 전 장관을 벤 버냉키 연준 의장 후임으로 지명하려던 계획을 포기한 것이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과 통화한 서머스 전 장관은 앞서 그에게 보낸 서한에서 “지명 이후 인준 과정이 험악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연준의 이익은 물론 경제 회복이 진행 중인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질 않을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서머스 전 장관에 대한 반대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그를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키로 결심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쏟아졌다. 반대 진영에서는 그가 재무장관이던 빌 클린턴 정부 시절 금융산업 규제 완화에 앞장서면서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 총장 시절 여자가 선천적으로 남자보다 수학·과학을 못한다고 말했다가 불명예 퇴진한 전력도 반감을 키웠다.

현재 차기 의장 후보로는 서머스 전 장관의 경쟁자였던 재닛 옐런 연준 부의장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 경제학자 350명은 최근 서머스 지명 반대 의견을 담은 서한을 백악관에 전달하면서 옐런 부의장을 강력히 추천했었다.

양적완화 축소를 앞둔 미국 시장은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서머스 전 장관보다 현직 연준 부의장인 옐런을 신뢰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서머스 전 장관이 연준 의장이 되면 양적완화 축소 시기나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블룸버그가 최근 세계 투자자·분석가·트레이더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서머스 전 장관이 버냉키 의장보다 경기부양책을 덜 쓸 것으로 보는 응답자는 35%로 나타났다. 더 쓸 것이라는 답변(13%)의 3배 수준이다. 서머스의 사퇴로 급격한 양적완화 축소 전망은 약화된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옐런 부의장 외에도 도널도 콘 전 연준 부의장, 티머시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 등을 후보군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