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해모드] 개성공단 재가동… “북측이 먼저 열심히 하겠다 말해”

입력 2013-09-16 18:16


지난 4월 북한에 의해 일방적으로 폐쇄된 개성공단이 166일 만에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16일 오전 8시 경기도 파주 남북출입사무소는 개성공단에 들어가기 위해 출경심사를 기다리는 입주기업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자재와 물품을 실은 차량 행렬도 이어졌다. 쌀쌀한 아침 공기 속에 분위기는 차분했지만 존폐의 기로에 몰렸던 업체 직원들은 잔뜩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다.

LED 조명업체 DSE의 나상진(73) 고문은 “그동안 국내외에서 밀려드는 주문 물량을 맞추지 못해 경영난을 겪었고 일부 구조조정도 단행했다”며 “개성공단이 정상 가동돼 생산량이 늘면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사마스전자의 생산관리자 김경록(37)씨는 “개성공단 폐쇄로 중국 공장 생산량을 늘렸지만 한계가 있었다. 이번 재가동으로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남북 모두 협력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류업체 직원 한보경(49·여)씨는 “가을옷 작업을 미리 했어야 하는데 때를 놓쳐 일단 늦가을에 공급할 물량을 급히 처리하러 간다”며 “공단 폐쇄로 여름옷 재고를 가져오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컸지만 다시 가동돼 기분이 좋다”고 했다.

오후 2시를 넘어서면서 개성공단에서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인원과 차량이 부쩍 늘어났다. 이들은 북측의 태도 변화에 주목했다. 의류업체 오륜의 최덕주(63) 대표는 “북측 근로자들이 묻지도 않았는데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밝히더라”며 “지난 4월 공단 폐쇄 직전에 비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어망 제조업체 신한물산의 신한용(53) 법인장은 “북한 사람들 눈빛도 따뜻해지고 태도도 적극적이었다. 세관원마저 악수를 건네며 ‘잘 지냈느냐’고 인사할 정도였다”고 했다. 신 법인장은 “북측 근로자들이 인터넷과 휴대전화 사용 등 남북공동위원회 협의 내용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오전 8시30분 남측 인력 413명과 차량 228대가 출경한 것을 시작으로 오후 3시까지 8차례 820여명이 개성공단으로 떠났고, 오전 10시40분부터 오후 5시까지 9차례 400여명이 남측으로 돌아왔다. 420여명은 공단 재가동을 위해 개성공단에 체류한다.

파주=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