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괴 밀수 다시 고개… 17억원어치 몰래 들여온 국제밀수조직 일당 검거

입력 2013-09-16 18:10

인천공항세관은 지난 8일 금괴 31㎏(시가 17억원)을 몰래 들여온 대만인 운반책 8명과 내국인 밀수총책 유모(34)씨를 붙잡았다. 몇 달 전부터 국제금괴밀수조직을 쫓던 세관 조사팀이 국내에 입국한 운반책 의심 인사를 한 달여간 미행·추적해 거둔 성과다. 이들 운반책은 금괴를 특수하게 만든 거들이나 항문에 숨기고 여행자들이 붐비는 주말을 틈타 김포공항과 김해공항으로 4명씩 나눠 입국했다. 내국인 밀수총책은 서울 동교동 M오피스텔에서 금괴를 받아갔다. 이들은 Y금은방에서 밀수흔적을 없애기 위해 산소용접기로 밀수금괴(225g)를 녹여 다른 규격의 금괴(통상 1㎏)로 제작·판매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세관 조사팀은 금괴밀수 단속 최초로 밀수자금 5억7400만원, 금괴성형에 쓰인 산소용접기, 금괴 모형틀(몰드) 등 31점도 압수했다.

한동안 뜸했던 금괴 밀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관세청은 올 들어 이달 중순까지 적발한 밀수금괴가 127㎏(10건·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4건·8억원)보다 9배 이상 크게 늘었다고 16일 밝혔다. 월평균 1회, 30㎏ 이상의 금괴가 국내로 밀수입되는 셈이다.

금괴밀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밀수출 양상을 보이다가 국내 금값이 뛰자 지난해 7월부터는 밀수입 형태로 바뀌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최근 국제 금값이 소폭 내렸지만 여전히 국내 재고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지하경제 양성화’ 조치로 부유층을 중심으로 금괴 선호도 역시 높아졌다”고 말했다.

금 반입 수법도 옷걸이로 만들어 위장하거나 핸드백 등 휴대품을 이용하던 방식에서 항문 등 신체부위와 특수 제작한 거들, 브래지어 등 여성 속옷과 운동화 등에 숨겨오는 수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또 과거엔 주로 홍콩에서 들어왔으나 최근엔 공항을 통한 밀수입은 대만에서, 항만은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운반책은 과거엔 주로 외국인 보따리상이 많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학생·주부·회사원들까지 다양하다.

관세청은 지난 5월부터 지능화·조직화되고 있는 국제금괴밀수조직에 대처하기 위해 주요 세관에 ‘금 정보분석팀’을 확대 설치해 감시·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