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무죄서 유죄로’… 항소심 징역 2년 선고
입력 2013-09-16 18:10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한명숙(69) 전 국무총리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4년 가까이 정치자금과 뇌물수수 관련 재판을 받아온 한 전 총리에게 처음 선고된 유죄 판결이다. 한 전 총리는 “정치적 판결”이라며 상고할 뜻을 밝혔다. 법정구속은 하지 않아 한 총리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을 수 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정형식)는 16일 한만호(55)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 전 총리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000여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배척됐던 한만호 전 대표의 검찰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그는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진술했다가 1심 재판에선 “그런 사실이 없다”며 번복했다. 1심 재판부는 “번복된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한만호 전 대표가 정치자금을 제공할 만한 동기가 있었고 진술에 합리성이 없다고 볼 만한 이유도 발견되지 않는다”며 “진술과 함께 정황 증거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 “거액을 사적으로 사용했으면서도 책임을 통감하지 않아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원심과 항소심 판단이 엇갈렸고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점을 들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한 전 총리는 “법리적이라기보다 정치적인 판결”이라며 “상고심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3∼8월 한 전 대표로부터 현금과 달러 등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기소됐다. 2009년 12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 9만 달러를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되기도 했다. 당시 기소 시점이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때여서 이명박 정부의 표적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한 전 총리는 대한통운 사건에서 1심과 항소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고 지난 3월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한신건영 사건의 1심 재판부도 지난 3월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