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콘 관련 글도 모니터링
입력 2013-09-16 18:10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KBS ‘개그콘서트’ 내용에 관한 인터넷 게시글을 모니터링해 보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16일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에서 검찰은 국정원 심리전단이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게시글을 모니터링해 상부에 올린 보고서를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개그맨 정태호(35)씨는 지난해 10월 14일 개그콘서트에 출연해 “다음 대통령이 누구인지 꿈에서 봤다”는 발언을 했다. 방송 후 한 일베 회원은 “정씨가 방송에서 ‘ㅁ’ 입 모양을 했는데 동료가 제지했다”며 정씨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관련 글을 커뮤니티에 올렸다. 심리전단은 이를 모니터링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검찰은 증인으로 출석한 이종복 국정원 전 심리전단 기획관에게 “개그맨의 발언도 북한 관련 이슈냐”고 추궁했다. 이 전 기획관은 “이런 형식의 보고서를 본 적이 있다”며 “해당 발언이 안보 이슈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로 검찰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이날 공판에는 ‘국정원 사건’의 수사를 지휘한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직접 공판검사로 나섰다. 그는 “국정원이 인적 물적 자원을 정치적 활동에 사용해 안보 활동을 저해했다”며 “이 재판을 통해 안보가 더 굳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주요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 전 기획관에게 “지휘부 태만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변호인 측이 보안을 위해 비공개 심문을 요구했으나 재판부는 “국민적 관심을 고려할 때 모든 절차를 비공개로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