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부실경영… 5년간 수조원 샜다”
입력 2013-09-16 18:10
이명박정부 시절 주요 공기업들이 방만한 기업 운영과 부실한 일처리로 수조원의 국가 예산을 낭비했다는 감사원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한국전력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한국가스공사 등 15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8∼2012년 주요 사업 및 경영 관리실태 점검’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이들 공기업에 관련업무 처리를 철저히 할 것을 통보하는 한편 계약 부당승인 등의 혐의가 있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인사 조치도 요구했다.
◇무리한 해외 자원개발=점검결과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2010년 12월 제10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을 수립하면서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량을 과다하게 산정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발전용 수요뿐 아니라 도시가스 수요도 늘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공사는 이에 따라 카타르 등지에서 6년 치의 천연가스 2억530만t을 162조7000억원에 사들였다. 훨씬 저렴한 셰일가스 등 ‘에너지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된 북미산 천연가스를 수입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사회에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 결국 계약은 북미산 천연가스에 비해 44% 비싸게 체결됐고, 공사가 확보한 물량은 수요 대비 102%에 이르는 등 초과공급이 예상된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앞서 2009년 12월 한전과 한수원은 2967억원 규모의 니제르 소재 우라늄 광산 지분 인수계약 추진과정에서 사업의 실제 내부수익률(국내 법인 기준 7.8%)이 최저기준수익률(11.99%)보다 4.19% 포인트 낮은 사실을 알고서도 무리하게 계약을 체결했다. 내부 관리방안은 해외 사업의 내부수익률이 한전에서 정한 기준수익률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투자할 수 있게 했지만 이를 어긴 것이다.
두 공기업은 계약을 추진하기 위해 내부수익률을 7.8%에서 10%로 높이고, 기준수익률은 11.99%에서 11.09%로 낮췄다. 또 국가리스크 프리미엄도 7.3%에서 6.53%로 낮추는 등 각종 지수를 하향 조정해 이사회에 보고했다. 이 사업은 지난 7월 수익성 악화로 답보 상태에 놓였다.
◇국내 도시개발 사업도 부적절 추진=옛 주택공사(현 LH)는 인천 루원시티·검단신도시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검토 결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 조성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무리하게 용지보상을 실시했다. 토지보상금 등으로 1조6945원이 투입됐지만 수요가 없어 결국 신도시 건설은 중단된 상태다.
주택공사는 또 시흥군자지구 사업에서도 동일 수급권에 이 사업보다 4배의 물량이 공급될 예정인 점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다 낭패를 봤다. 2009년 9월 사업시행자 등록을 하지 않고 토지구입비 2600억원을 경기도 시흥시에 지급한 뒤 두 달 만에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사업을 포기하면서 연간 44억원의 이자비용 손실이 발생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