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교육관료 모임 유착 정황

입력 2013-09-16 18:10 수정 2013-09-16 16:24


한국사 교과서 수정·보완을 교육부로부터 요구받은 교학사가 전·현직 교육부 고위 관료들이 회원인 문우회와 오랫동안 사업을 같이하거나 후원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문우회는 서남수 교육부 장관도 회원으로 가입한 교육관료 출신 인사들의 친목단체다. 조규향 전 교육부 차관이 회장이며 회원은 3700여명에 이른다.

16일 민주당 김상희 의원과 문우회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서 장관은 임명 직후인 3월 6일과 22일 두 차례 문우회를 방문했다. 관료 출신이자 회원 가운데 첫 장관을 배출한 문우회가 서 장관 취임을 축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모임의 연말 행사나 정기 총회에는 현직 교육부 차관이 참석해 왔다.

문우회는 회원들의 복리증진을 위한 사업으로 교육법전 출판 등 수익사업을 진행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교육법전’ 출판이다. 교육 관련 법령을 모아놓은 교육법전은 인터넷을 통해 법령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만큼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올해만 968만원어치를 구입했으며 2003년부터 구입비로 1억4000여만원을 썼다. 그런데 이 교육법전을 펴낸 출판사가 교학사다. 교학사와 문우회는 시도교육청·교육지원청, 국립대, 공공도서관 등을 상대로 판촉 활동을 해왔다. 수익금은 매년 수억원대로 추정된다.

교학사가 최근 펴낸 한국사대사전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23∼24일 전남 순천교육지원청에서는 14개 시·도 문우회 사무국장과 교학사 관계자들이 교육법전·한국사대사전 공급 상황을 점검하는 회의를 갖기도 했다. 순천국제박람회 관광 일정이 포함된 이 행사 비용은 교학사의 양철우 회장이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회장은 문우회의 최대 기부자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거의 매년 200만원씩 기부했다. 통상 10만원대인 일반 기부자에 비해 20배다. 인천 인명여고 이사장이기도 한 양 회장은 최근 인천시교육청 감사에서 2008년부터 인명여고 장학금으로 기부된 돈 1억2800여만원을 불법으로 관리해오다 적발되기도 했다. 최근 시민단체들은 양 회장을 ‘사학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문우회는 또한 자산 21조원대를 운용하는 한국교직원공제회의 수탁사업도 대행하고 있다. 교육 관료 출신인 김정기 이사장이 이끄는 공제회와 문우회는 상조사업 브랜드인 ‘예다함 상품’을 공동 판매하고 있다.

한편 교학사는 교육부의 수정·보완 방침을 수용하겠다고 밝혀 교과서 출간의 포기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