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파문] 蔡총장 ‘감찰 지시說’ 한때 술렁… 대반격? 해프닝?
입력 2013-09-16 18:10 수정 2013-09-16 22:27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를 둘러싼 상황이 연일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는 촌평까지 나왔다.
채 총장은 이날 오전 대검찰청 김윤상 감찰1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중앙지검 김광수 공안2부장검사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졌고, 언론은 청와대와 법무부를 겨냥한 ‘채 총장의 반격’으로 받아들였다. 현직 검찰총장이 정권 수뇌부를 향해 ‘끝까지 가보자’는 액션을 취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조치였다. 채 총장은 지난 13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초유의 감찰 지시가 발표되자마자 사퇴서를 제출했다. 검찰총장직 사퇴로 각종 논란을 종식하자는 검찰 조직 특유의 ‘수순’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상황은 채 총장 예상과는 다르게 돌아갔다. 언론과 야당을 중심으로 사퇴 외압설이 계속 확산됐다. 급기야 청와대는 사표수리 대신 진상규명을 먼저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가 강경 모드로 돌아서자 검찰 내부에서조차 ‘채 총장의 혼외아들이 사실 아니냐’는 의심들이 불거져 나왔다.
채 총장은 쏟아지는 각종 의혹을 김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로 정면돌파하려 했을 수 있다. 감찰을 하게 되면 채 총장에 대한 불법사찰 문제가 드러날 수 있고,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제기한 청와대 압력설에 대한 수사까지 가능한 사안이었다. 특히 혼외아들 의혹 제기 과정에서 혼외아들로 지목된 학생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내용 등이 무단 유출된 정황이 짙다.
하지만 2시간 뒤 분위기가 반전됐다. 채 총장은 대검 구본선 대변인을 통해 “예전부터 오늘까지 김광수 부장에 대한 감찰 지시를 한 적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채 총장의 감찰 지시 번복과 관련, 몇 가지 해석이 나온다. 우선 채 총장이 김윤상 감찰과장에게 감찰 지시를 했다가 이를 번복한 경우다. 검찰 간부들과 채 총장 지인들이 정치적 파장 확산을 우려해 채 총장을 만류했고, 결국 채 총장이 감찰 지시를 부인했다는 시나리오로 가장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가능성은 김 과장 등 대검 간부들이 채 총장의 지시를 ‘확대해석’했을 수 있다. 채 총장이 박지원 의원의 발언을 본 뒤 ‘진상을 좀 알아보라’고 지시했는데 대검 간부들이 이를 ‘감찰 지시’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엘리트 대검 간부들이 말뜻을 잘못 알아듣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게다가 채 총장의 ‘호위무사’ 김 과장은 사표를 제출하고 집에 있다가 채 총장의 전화를 받고 대검으로 출근까지 했다.
채 총장이 청와대와 법무부를 겨냥해 ‘더 이상 자극하면 앉아서 죽지는 않겠다’는 일종의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검찰 주변에서는 스폰서설 등 채 총장과 관련한 확인되지 않는 루머들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채 총장의 구상은 무위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박 대통령이 이날 국회 3자 회담에서 채 총장 스스로 명확히 의혹을 해소하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의혹 규명 전까지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검찰은 ‘수장공백’ 상태로 당분간 극심한 혼란을 겪을 전망이다.
남도영 지호일 정현수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