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파문] 靑 “채총장 검증, 일상업무 수준”… 민정수석실 개입설 부인

입력 2013-09-16 18:10

청와대가 연일 이어지는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압력 의혹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채 총장이 지난 13일 사의를 표명하며 “인사권자의 뜻으로 안다”고 폭탄 발언을 한 데 이어 이번에는 민정수석실이 ‘채 총장 찍어내기’ 시나리오를 가동했다는 야당의 폭로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16일 국회 법사위에서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정원 간부와 긴밀하게 연락하며 채 총장 사찰을 진행했으며, 당시 만든 ‘사찰 파일’을 이중희 민정비서관에게 넘겨줘 8월 한 달 동안 비밀사찰이 이뤄졌다고 폭로했다.

박 의원 주장이 사실이라면 청와대는 ‘혼외 아들’ 문제가 불거지기도 전에 채 총장을 물러나게 하기 위해 개인 비리를 추적하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처리를 둘러싼 채 총장과의 갈등설이 기정사실화될 뿐 아니라, 청와대가 이를 이유로 임기가 보장된 검찰수장을 중도 하차시키려 했다는 야당의 정치 공세가 ‘팩트’로 굳어지는 셈이다.

청와대는 전날 이정현 홍보수석 브리핑을 통해 “채 총장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진실규명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야당 공세와 검찰 내부 반발을 진화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좀처럼 언론 실명 공개를 꺼리던 이 수석이 “이름을 그대로 내보내도 좋다”고 했을 정도로 정성을 기울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박 의원 폭로가 나온 이날에는 채 총장과 관련된 언급이 거의 없었다. 채 총장 감찰에 나섰다는 이중희 민정비서관과 지난 5일 채 총장을 직접 만났던 홍경식 민정수석 등은 청와대 업무 휴대전화조차 아예 받지 않았다. 지난 8월 경질된 곽 전 수석 역시 연락두절이었다. 다만 이 수석은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과 같은 ‘선(先) 진실규명, 후(後) 채 총장 거취문제 결정’ 입장을 피력했다.

청와대는 박 의원이 국회에서 밝힌 ‘채 총장 사찰설’이 ‘설(說)’일 뿐이라는 스탠스다. 민정수석실이 고위 공직자 윤리 문제를 항상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채 총장에 대한 검증은 일상 업무 수준에서 이뤄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 이 비서관이 김광수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과 연락을 취한 것도 이 같은 민정수석실 업무 때문이지 특별하게 채 총장의 개인비리를 캐기 위해 사찰하려 한 게 결코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채 총장이 “공안2부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적 없다”고 밝히자 사태가 더 이상은 확산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