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파문] “파일 받은 이중희, 8월 蔡 본격사찰→ 9월 혼외아들 보도”
입력 2013-09-16 18:10 수정 2013-09-16 22:23
박지원 의원이 제기한 ‘8월 사찰설’ 전말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청와대의 ‘기획 경질론’ 논란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16일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물론 현직 부장검사까지 의혹 당사자로 지목하며 ‘8월 사찰설’을 제기했다. 민정수석실이 8월 한 달간 이른바 ‘채동욱 파일’을 근거로 채 총장 주변 자료를 집중 수집했으며 그 결과로 혼외아들 의혹 보도가 나왔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박 의원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해임되면서 이중희 민정비서관에게 채 총장의 사찰자료 파일을 넘겨줬고, 8월 한 달간 집중적으로 사찰이 이뤄졌다”주장했다.
곽 전 수석은 8월 5일 교체됐다.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과정에서 검찰과의 의견 조율에 실패해 사실상 경질된 것이란 해석이 많았다. 박 의원은 “그 전부터 곽 전 수석과 국정원 2차장이 채 총장을 사찰하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었다”고도 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지난 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이후 정권 차원에서 채 총장을 흔드는 ‘작업’을 시작했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곽 전 수석은 본보 기자에게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박 의원은 “이 비서관이 서울중앙지검 김광수 공안2부장과 단둘이 연락하면서 (사찰 관련) 내용을 유지했다. 심지어 ‘채동욱은 곧 날아간다’고 얘기했다고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와 관련, 검찰 내부에서도 이 비서관이 지난달 일부 친한 검사들에게 전화해 ‘채 총장이 곧 그만둘 것이니 동요하지 말라’는 내용을 전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모 검찰 간부는 언론 인터뷰에서 “8월 중순 조선일보의 한 간부를 만났는데, 그 간부가 ‘청와대 측이 채 총장의 여자문제를 뒷조사했다. 9월 중 채 총장이 날아가고 검사장급 인사가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는 발언도 했다.
청와대의 이런 움직임은 곧 검찰 정보라인에도 포착된 것으로 보인다. 채 총장은 지난 5일 대검 감찰본부에 김 부장검사가 이 비서관과 자주 통화한 경위와 내용 등에 대해 비공개로 사실 확인을 해볼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그 다음날 채 총장 혼외아들 의혹을 보도했다. 채 총장이 “보도의 저의와 상황을 파악 중”이라는 첫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런 청와대 측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후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홍경식 민정수석은 지난 8일 차례로 채 총장을 만나 “이른 시일 안에 사실관계를 밝히든가 사태가 종결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 총장은 이를 사실상의 사퇴 종용으로 받아들였다. 반면 법무부는 “황 장관이 검찰총장과 만나고 전화한 일은 있지만 사퇴 얘기를 하지 않았고, 자체적으로 철저히 진상을 밝히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던 것”이라는 입장이다.
채 총장은 결국 최초 보도 일주일 만인 지난 13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사찰 의혹과 관련해 16일 오전 김윤상 대검 감찰1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정식 감찰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