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고 스마트폰’ 스마트한 변신… 연 1000만대 방치 잠자는 기능 깨워 똑똑하게 재활용
입력 2013-09-17 05:25
서울 연희동에 사는 이모(28·여)씨는 액정 크기가 큰 스마트폰이 필요해 지난달 새 스마트폰을 장만했다. 8개월 전에 구입했던 기존 스마트폰은 보상판매를 할 생각을 했다. 그러나 대리점에 중고 스마트폰 가격을 문의한 뒤 마음을 접었다. 100만원 가까이 주고 산 스마트폰의 중고 매입 가격이 고작 8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중고 스마트폰을 한동안 책상 서랍 안에 방치했다. 그러다 앱 하나만 설치하면 중고 스마트폰을 CCTV로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이를 방 안에 설치했다. 혼자 지내기 때문에 집에 들어갈 때마다 불안했는데, 이제는 중고 스마트폰을 통해 먼저 확인한 뒤 안심하고 집에 들어간다.
서울 성내동에 사는 서모(52)씨도 방치해뒀던 중고 스마트폰 2개를 CCTV로 활용 중이다. 서씨는 “애완동물만 두고 밖으로 나갈 때 걱정이 많았다”며 “이제는 언제든 집안 상황을 확인할 수 있어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교체주기가 빨라지면서 방치되는 중고 스마트폰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매년 2500만대가 넘는 휴대전화가 팔리고 휴대전화 평균 교체주기가 18개월가량인 점을 고려할 때 연간 1000만대가 넘는 중고 스마트폰이 방치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중고 스마트폰을 활용한 다양한 아이디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선 스마트폰을 CCTV로 사용하고 싶을 경우 CCTV 앱을 다운받고 와이파이나 와이브로 등에 연결하면 IP주소가 자동으로 배정된다. 새 스마트폰에 CCTV 화면을 볼 수 있는 앱을 설치하고 기존 스마트폰의 IP주소를 입력하면 중고 스마트폰 카메라가 촬영하고 있는 화면을 볼 수 있다. 화면만 제공하는 CCTV 앱은 무료이고 음성전달 및 녹화 기능이 있는 앱은 5000원 정도를 내면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중고 스마트폰을 활용한 CCTV는 보모에게 아이를 맡기거나 아이들만 집에 둘 경우, 추석 연휴나 휴가 등으로 장기간 집을 비웠을 때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중고 스마트폰은 차량용 블랙박스로도 활용된다. 서울 구산동에 사는 박모(36)씨는 “차량용 블랙박스를 사용해 본 적이 있는데 오히려 스마트폰 블랙박스 앱으로 찍힌 화면의 화질이 낫다”며 “굳이 블랙박스에 돈을 들일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용량이 큰 SD 메모리카드를 사용한다면 휴대전화 카메라의 녹화 기능만으로도 블랙박스 효과를 볼 수 있다.
와이브로를 사용하면 차량용 내비게이션으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서울 역삼동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신모(28)씨는 “평상시에도 와이브로를 항상 켜두기 때문에 중고 스마트폰을 내비게이션으로 사용해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아들 내외가 출근한 낮 시간에 손자를 보는 신미선(57·여)씨는 중고 스마트폰으로 라디오도 듣고 게임도 즐긴다.
지난 3월 ‘스마트폰, 제발 스마트하게’라는 책을 낸 메조미디어 박세헌 서비스기획본부장은 “중고 스마트폰으로는 메일, 웹서핑 등을 할 수 있고, 디지털 앨범이나 탁상시계로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데 활용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고 말했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