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지휘권 공백 오래 끌면 안 된다

입력 2013-09-16 18:29

조직 흔드는 언행 삼가고 빨리 진실 규명돼야

법무부의 전격적인 감찰 발표로 촉발된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표가 보류된 가운데 검찰 조직이 표류하고 있다. 청와대 비서관이 국정원 간부와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으며 채 총장을 사찰해 왔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채 총장 동정을 청와대에 보고한 부장검사에 대한 총장의 감찰지시도 있었다는 사실 등이 마구 폭로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문이 커지자 검찰은 ‘부장검사 감찰은 사실무근’이라며 한발 뺐지만 의혹은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채 총장의 휴가로 길태기 대검 차장이 당분간은 대행 임무를 할 수 있겠지만 사표 보류가 장기화될 경우 검찰 지휘권 공백 문제는 심각하다. 사표가 처리되지 않을 경우 대행체제로의 전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검찰은 총수 부재의 ‘식물 검찰’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권력의 상징인 검찰 조직을 이름뿐인 총장이 지휘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검찰 지휘권의 장기적인 공백사태는 국법질서 수호의 책임을 지고 있는 검찰 조직의 위기일 뿐 아니라 국가의 위기다. 우선 공공연하게 전쟁준비를 외치다 구속된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을 깔끔하게 처리할지 의문이다. 공소를 유지할 책임이 있는 검찰이 이 같은 지휘권 부재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과연 유죄를 이끌어낼지 장담할 수 없다. 또 혼외 아들 의혹이라는 윤리적 문제와 관련돼 검찰총수가 자리를 비운 터라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기강 해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새 정부 출범 이래 4대 범죄 척결을 외치며 검찰과 경찰이 밤낮으로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고는 있지만 자고 나면 약자를 상대로 한 성폭행을 비롯해 크고 작은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수갑 찬 피의자가 도망가는 것은 다반사며 원전비리에서 보듯이 지도층의 부패는 끝도 없다. 이런 점에서 검찰총수의 부재와 검찰권의 공백은 가능하면 최소화돼야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검찰 지휘권 공백의 최소화를 위해서는 먼저 채 총장을 둘러싼 의혹의 베일이 조속히 벗겨져야 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이왕 법무부가 감찰을 천명한 마당에 시일을 끌지 말고 의혹의 진위를 조속히 밝혀야 할 것이다. 사실이 아니라면 채 총장도 억울하기 짝이 없겠지만 본인의 문제로 나라 전체가 들썩들썩하는 만큼 공인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진실 규명에 나섰으면 한다. 휴가를 내고 연락을 끊는 것이 최선이 아니란 사실은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도 채 총장이 그동안 법과 원칙에 따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검찰권을 사심 없이 행사해 왔다는 점을 고려해 쫓아내듯 몰아붙인 점을 겸허하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야권 등에서 제기하는 음모설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그런 의심을 받을 만한 정황이 여기저기서 노출된 만큼 신중한 행보를 취했으면 한다. 채 총장의 거취를 두고 여권과 야권 등이 편을 갈라 싸워 검찰이 무력화된다면 잠재적 범죄자만 웃을 뿐이란 사실은 자명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