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논쟁 멈추고 역사교과서 오류 바로잡아야

입력 2013-09-16 18:27

교학사는 16일 한국 근·현대사 왜곡 및 표절 논란에 휩싸인 ‘한국사 교과서’ 출간을 자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진오 교학사 대표는 교학사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사 교과서 발행자 권리를 포기하고 싶다는 강한 뜻을 저작권자인 저자에게 거듭 전달했으나 저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출판사로서는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교과서 출간을 포기하고 싶지만 저자가 동의하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소극적 의사로 해석된다.

교과서 출간 계약은 일반 참고서의 그것과는 다르다. 교과서 검정 절차상 출판사가 최종 합격한 검정교과서에 대한 출판권을 일방적으로 포기할 수 없게 돼 있다. 저작권 문제가 걸려 있어 출판사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경우 재판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교육부 방침에 따르겠다는 양 대표의 선택은 불가피했다고 할 수 있다.

역사는 사실의 기록이다. 사실을 사실대로 기록하는 것, 그것이 역사의 ABC다. 이 기본에서 한 치라도 벗어나면 신화나 전설에 다름 아니다. 사상이나 이념, 환경에 따라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을 달리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해석의 판단 기준이 되는 역사적 사실만은 사상이나 이념에 좌우됨 없이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기술돼야 한다.

교학사 교과서는 이념 편향 논란은 차치하고 역사적 사실을 틀리게 기술한 곳이 너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학사 교과서는 ‘국어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1922년 조선총독부 2차 조선교육령 발표를 ‘한국인에게 한국어 교육을 필수화했다’고 적고 있다. 당시 국어인 일본어를 지금의 국어로 잘못 알고 기술한 것이다. 빼앗긴 나라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의 이름도 잘못 표기했다. 그런가하면 일제가 명성황후를 얕잡아 부르던 ‘민비’라는 호칭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또 2008년 친일사관 논란을 일으킨 뉴라이트 성향의 교과서를 대거 표절했고, 인터넷에 떠도는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그대로 베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본 신문이 ‘한국 교과서가 일본의 식민지배를 찬양하다’라는 기사를 실었을 정도다. 상황이 이 지경이니 국사편찬위원회 검증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전혀 터무니없는 주장은 아니다.

역사 해석은 보수나 진보, 어느 진영의 전유물이 아니다. 계유정난을 놓고도 ‘왕권을 찬탈한 쿠데타’ ‘왕권 강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상반된 해석이 존재한다. 양 해석 모두 타당한 측면이 있다. 역사해석에서 이게 맞고 저건 틀리다는 건 독선이고 오만이다. 교학사가 오류를 바로잡은 뒤 정부 방침을 따르겠다고 했으니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게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