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혈세 마구 새는데 공기업 낙하산은 계속되나

입력 2013-09-16 17:46

공기업의 방만경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고쳐지지 않는 것을 보면 수조원의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잘못했더라도 기껏해야 주의 촉구나 인사자료 활용에 그치는 등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 가스공사 LH 등 주요 15개 공기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민간기업이라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비위다. 옛 주택공사는 인천시와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보상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돼 손실이 예상된다는 것을 알고도 시작했다. 사업비 조달을 위해 PF(프로젝트파이낸싱) 방식을 활용하기로 했지만 이마저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도 1조6945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용지보상을 실시했다. 지금은 수요가 없어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2009년 12월 한전은 한국수력원자력과 니제르 우라늄 광산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내부 투자 기준을 어기고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도 하지 않았다.

경영은 엉터리로 하면서도 밥그릇 챙기기는 도를 넘었다. 공기업은 매년 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도록 돼 있지만 LH는 2011년과 지난해 내부 화합을 이유로 평가에 따른 차등 지급률을 적용하지 않았다. 철도공사 등 18개 기관은 최근 3년간 1만7590명에게 947억원의 퇴직금을 과다 지급했다. 모두 국민 혈세로 나간 돈이다.

공기업 부실은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국내 28개 공기업의 부채 규모는 2007년 말 157조원에서 지난해 말 353조7000억원으로 이명박정부 들어 배 이상 늘었다. 낙하산 인사들이 개혁은커녕 정권과 직원들 눈치를 보면서 방만경영을 한 결과다. 공기업 낙하산 인사를 없애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다시 시작된 공기업 사장 인사에서 여전히 낙하산 내정설이 도는 것을 보면 우려스럽다. 원전 납품비리 사건으로 한수원 전 사장과 지식경제부 전 차관 등 원전 마피아의 커넥션이 드러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그런데 또다시 지경부 전 차관을 한수원 사장에 앉히려 하다니 너무 뻔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