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3자회담] “朴·金, 대화한다기보다 말로 전쟁 치르는 것 같았다”

입력 2013-09-16 22:47 수정 2013-09-16 23:06


국회에서 16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의장단 및 여야 지도부와의 8자 및 3자 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작됐지만 회담이 진행될수록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특히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에서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문제 등을 놓고 시종일관 분위기가 얼어붙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대화 분위기가 워낙 안 좋아 부자연한 침묵이 자주 흘렀고, 박 대통령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대화를 한다기보다 마치 말로 전쟁을 치르는 것 같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때문에 오후 3시30분에 시작된 회담은 5시가 돼서 끝났다. 당초 예정 시간보다 30분 이상 더 걸렸다.

회담은 국회 의원동산에 있는 외빈 접견용 한옥 건물인 사랑재에서 열렸으며, 해외순방 결과를 설명하는 8자 회담이 먼저 시작됐다. 원탁테이블 중심에 박 대통령과 강창희 국회의장이 앉았고 박 대통령 측으로는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이병석 국회 부의장, 최경환 원내대표가 앉았으며, 강 의장 쪽에는 민주당 김 대표, 박병석 국회부의장, 전병헌 원내대표가 앉았다.

8자 회담에서는 예정된 30여분간의 회담시간 중 25분 정도를 박 대통령이 순방에 대해 언급하는 데 할애됐다. 이때까지도 참석자들은 자주 웃기도 했고, 설명 사이사이 덕담도 주고받았다. 다만 민주당 쪽 참석자들은 8자 회담에서도 ‘대통령께서 외치(外治) 못지않게 내치(內治)에 신경을 더 써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자주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좋았던 8자 회담과는 달리 곧이어 열린 3자 회담은 초반부터 분위기가 냉랭했다. 특히 김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국정원 개혁에 대한 입장을 물을 땐 두 사람은 서로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주로 정면만 응시한 채 답변했고, 김 대표 역시 굳은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문 채 미동도 하지 않는 것으로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중간중간 상대 발언을 자르거나 반문하는 형태로 상대의 의도를 되묻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대표는 자신이 원래 요구했던 답변을 얻지 못하자 박 대통령에게 재차 같은 질문을 던졌고, 박 대통령 역시 이에 지지 않고 질문이 되풀이돼 당초 했던 답변을 거의 그대로 반복하는 것으로 본인의 의지를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박 대통령은 강 국회의장의 안내로 회담장에 들어갈 때만 해도 웃는 모습을 자주 드러냈지만, 3자 회담이 끝난 뒤 사랑재를 나설 때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특히 여야 대표가 배웅차 나왔을 때 황 대표하고만 대화를 나눴을 뿐 김 대표와는 대화 없이 악수만 주고받았다.

회담에 앞서 박 대통령은 오후 2시45분쯤 전용차량을 이용해 국회에 도착했으며 본관 3층 국회의장실에서 오후 3시까지 강 의장과 환담을 나눴다. 박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 사랑재에서는 여야 지도부가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김 대표가 자신의 앞 테이블 위에 서류를 잔뜩 놓고 있는 모습을 보자 최 원내대표가 “공부를 사전에 하고 와야지, 여기서 하면 되느냐”고 했고, 황 대표도 “시험장에서 공부하시면 되느냐”고 웃었다.

회담이 열린 의원동산 주변에는 오전부터 삼엄한 경비가 이뤄졌다. 특히 사랑재 외곽에는 전날부터 국회 경위와 경찰이 배치돼 ‘폴리스 라인’을 치고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폭발물 탐지견도 동원해 국회 구석구석을 살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손병호 정건희 김동우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