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여야 대표 3자회담] 원세훈 기소된 후 석달 넘게 줄다리기

입력 2013-09-16 17:55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황우여·민주당 김한길 대표 세 사람이 16일 한 자리에 앉기까지 과정은 험난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18대 대선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후 3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검찰이 지난 6월 원 전 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죄를 적용하자 바로 다음날 야당은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여야가 한 달 가까이 국조 개최 여부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사이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다.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이 정치권을 강타했고, 수세에 몰렸던 여권이 반격에 나선 형국이 됐다.

여야가 국정원 국조 개최에 합의하고 박 대통령이 대선 이후 ‘국정원·NLL 정국’에 대한 유감을 표명한 뒤 국정원에 고강도 개혁을 촉구해 정국은 안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엔 ‘귀태’ 논란으로 대변되는 야당의 막말 파문·대선 불복 논란이 불거졌다. 여권은 박 대통령과 정권의 정통성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응전하면서 정치권은 다시 혼돈에 휩싸였다.

8월 들어 장외투쟁에 돌입한 민주당은 한편으로는 박 대통령에 양자회담을 제안했다. 회담 형식을 놓고 ‘핑퐁게임’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9월 중순까지 청와대와 여야는 회담 참석자 범위를 의미하는 ‘양자’(대통령·야당 대표), ‘3자’(양자+여당 대표), ‘5자’(3자+여야 원내대표)를 오가며 제안과 역제안을 반복했다.

회담 형식은 의제와 관련이 깊었다. 민주당은 단독회담을 통해 국정원 문제를 부각시키려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민생입법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구하겠다는 명분으로 양당 원내대표를 포함시키려 했다. 여당은 절충안 성격이 강한 3자 회동을 제시하면서 ‘위치선점’에 나섰다.

복잡한 기싸움 와중에 국정원이 내란음모혐의로 현직 국회의원실을 압수수색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앞서 국정원 국조가 ‘청문회 증인 선서 거부사태’라는 기록만 남긴 채 별다른 성과 없이 53일간의 활동을 종료한 상황이었다. 정국은 급격하게 경색됐고,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떠나면서 추석 전 회담은 물 건너 간 듯 보였다.

그러나 귀국한 박 대통령이 순방설명회를 전제로 국회로 찾아가겠다고 하자 3자 회담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하루 동안 고민한 민주당은 지난 13일 오전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했고, 회담의 주체들은 마주앉을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국정원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던 채동욱 검찰총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회담 개최가 다시 한번 위기를 맞는 등 회담 직전까지도 우여곡절은 끊이질 않았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