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성기철] 이참에 금강산 관광까지
입력 2013-09-16 17:45
한때 구제불능의 구렁텅이에 빠질 뻔했던 남북관계가 추석을 전후해 정상화됐다. 개성공단은 우여곡절 끝에 16일 재가동에 들어갔다. 문 닫은 지 166일 만이다. 또 남북은 25일부터 30일까지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는다. 중단된 지 3년 만이다.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우리 기업인들과 상봉자 명단에 든 고령 이산가족들의 환한 웃음이 한반도의 훈풍을 느끼게 한다.
지난봄 전쟁 위험이 한껏 고조돼 많은 국민이 불안에 떨었던 것을 생각하면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 한반도 긴장의 칼자루를 쥔 쪽은 항시 북한이었다. 북한이 남한에 칼끝을 겨누면 어김없이 한파가 몰아쳤다. 일촉즉발의 3∼4월 남북 긴장도 김정은 정권의 2·12 3차 핵실험이 발단이었다.
朴 대통령 원칙중시 전략 주효
박근혜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표방하며 화해 제스처를 취했음에도 북은 전 세계가 반대하는 핵실험을 기어코 강행했다. 일종의 ‘새 정부 길들이기’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인내심을 갖고 원칙 있는 대응을 함으로써 위기를 무난히 넘겼다. 북한을 효과적으로 설득해 남한이 주도권을 잡게 됐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개성공단을 단순히 재가동하는 게 아니라 다시는 가동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국제화의 길까지 닦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런 협상력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11월 추가 이산상봉에 합의함으로써 상봉 규모 확대의 성과를 낸 것도 마찬가지다. 정부로서는 북에 원칙을 지키면서 믿음을 심어주면 우리가 바라는 화해·협력을 계속해서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을 것으로 본다. 그것은 이명박정부와 김대중·노무현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혼합한 모델이라 하겠다.
내친김에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섰으면 좋겠다. 김대중정부 초기에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이명박정부 초기인 2008년 우리 관광객 피격을 계기로 중단됐다. 이는 지난 5년간 남북 경색의 상징으로 각인됐다. 박근혜정부로서는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 공약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시험대가 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박 대통령이 제안한 DMZ 평화공원 건설은 언감생심 꿈도 꾸기 어렵다.
문제는 조기에 해결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북으로부터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관광객 신변안전보장 장치 약속을 받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거기다 관광이 재개될 경우 엄청난 액수의 현금이 북한으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벌크 캐시(대량 현금) 이전 금지’를 규정한 유엔 대북제재 조항 위반이라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가 북한 핵 문제와 전혀 무관치 않다는 얘기다.
北 강온전략 깰 특단대책 필요
그런데 북한의 경우 대외적으로 핵-경제 병진 노선을 표방한 상태여서 핵을 포기토록 하는 데는 엄청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북한 행태에 비춰보면 영영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평양 하늘에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를 허용했다 해서 대남정책이 하루아침에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우리 국민의 환심을 사려는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한·일 월드컵 기간 중에 서해에서 도발했다. 개성공단 재가동 합의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온 곳이 북한이다. 북한은 대남정책에서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하는 데 아주 익숙해 있다. 다음달부터 금강산 관광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성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부처 간 찰떡 공조를 통해 보다 고차원적이고도 용의주도한 전략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성기철 편집국 부국장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