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 어렵지만 불치병 아니다 “10% 완치확률에 도전하세요”
입력 2013-09-16 17:52 수정 2013-09-16 22:34
건망증이 심해지고 기억력도 눈에 띄게 떨어져 혹시 치매가 아닐까 걱정된다는 이유로 치매 클리닉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치매 검사를 받기 위해 노부부가 함께 병원을 찾는 경우도 적잖을 정도다. 치매에 대한 이 같은 두려움 속에는 대개 불치병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정말 치매는 완치가 불가능한 병일까. 의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다. 치매 치료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약 10%는 완치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추석 명절과 세계 치매극복의 날(21일)을 맞아 치매 위험으로부터 어르신을 보호하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기억력이 눈에 띄게 떨어질 때 위험=치매는 노인에게 기억력과 아울러 다른 지적 능력의 감퇴가 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뇌기능을 손상시킬 수 있는 질환은 모두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알츠하이머병으로 불리는 원인 불명의 신경 퇴행성 질환이 약 60%, 뇌의 혈액순환장애에 의한 혈관성 치매가 약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나머지 10%는 알코올(술), 유전 등 기타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치매라고 보면 된다.
그럼 어떤 때 치매라는 의심이 들어 병원을 찾고 검사도 받아야 할까. 바로 본인의 기억력이 과거에 비해 확실히 떨어졌다고 느껴질 때, 또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전과 다른 말을 한다고 자꾸 핀잔을 들을 때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동영 교수는 “무엇보다 최근에 나누었던 대화내용이나 경험한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일이 반복된다면 일단 병원을 찾아 치매선별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렇듯 최근 기억의 저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이상 증상이다. 만약 명절에 뵌 부모님 또는 친척 어르신이 시시콜콜 옛날 일을 다 기억하고 계신다 하더라도 요즘 겪은 일을 기억해내지 못한다면 문제라는 얘기다. 초기엔 먼 과거에 대한 기억이 비교적 잘 보존되기 때문이다.
또 치매 초기에는 뭔가에 대해 말을 하려고 하는데 알맞은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왜 그거 있잖아, 그거…” 하는 식의 표현이 늘고 말을 주저하거나 말수가 줄어드는 경우도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정 시간이나 장소를 혼동하거나 그동안 익숙하게 처리해오던 일들에 대해 서툴어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물론 이런 일들이 어쩌다 한 번 나타났다고 해서 모두 치매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가 자꾸 반복되거나 점점 더 심해진다면 한 번쯤 진찰이 필요하다. 치매 초기에는 지적 능력의 저하 외에도 우울해하거나 성격이 변한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흔하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재홍 교수는 “지속적으로 의욕이 줄고 짜증이 늘었다면 우울증을 먼저 의심해야 하지만, 노년기에 접어들어 이런 현상이 처음 나타났다면 치매 때문이 아닌지 한 번쯤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 없이 의심이 늘었거나 평소 성격과 사뭇 다른 모습을 계속 나타내는 것도 치매 초기 증상일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운동과 인지재활훈련 계속하면 억제 가능=다른 모든 병과 마찬가지로 치매 역시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초기에 발견해야 치료 효과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거리나 비용 때문에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면 가까운 지역 시·군·구 지자체가 운영하는 치매지원센터나 보건소에서 시행하는 무료치매검진을 받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천의대 길병원 신경과 박기형 교수는 “발병 초기부터 인지재활치료를 열심히 하면 인지능력의 소실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병이 바로 치매”라고 강조했다.
인지재활치료는 주로 기억력 회복을 돕기 위해 카드, 화투 등을 이용해 물건이나 사건을 연관지어 연상케 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오늘 날짜나 요일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알 수 있는 정보를 준 후 곧바로 물어보고 1∼2초 후에 다시 물어보며 10초 후에 또 물어보는 방식의 시간차 회생훈련도 있다.
이와 함께 식사하기, 옷 입기, 세수하기, 몸단장, 화장실 사용법(배변훈련) 등 일상생활 동작 훈련을 통해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 자존감을 향상시켜주는 것도 필요하다.
근력 유지를 위한 운동 치료도 중요하다. 근력 강화는 노인에게 자주 발생하는 요통, 어깨 통증, 무릎 통증 등 근골격계 통증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주로 심폐지구력을 향상시켜 주기 위해 5분 정도 ‘걷기’를 실시하며, 근지구력 향상을 위해 ‘앉았다 일어서기’를 10∼20회 반복하게 한다. 운동은 일주일에 2∼3회, 매회 20∼30분 정도 실시하는 것이 알맞다.
한양대병원 신경과 김승현 교수는 “운동치료가 치매 환자의 자신감과 성취감을 심어줄 뿐 아니라 불안과 우울증을 완화시켜 치매의 진행을 지연시킨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