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과식·과로 조심해야 ‘건강한 추석’
입력 2013-09-16 17:31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속담이 있다. 추석 때 음식을 많이 차려놓고 밤낮 즐겁게 놀듯이 한평생을 지내고 싶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역시 심신이 건강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지 않아도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는 환절기라 생체리듬이 깨지기 쉬운 추석 연휴 기간 중에는 평소보다 늘어난 장거리 이동과 집안일에다 성묘 등 야외활동까지 겹쳐 건강을 잃기 쉽다. 더욱이 명절 연휴 중에는 대부분의 약국과 병원이 문을 열지 않아 이에 대처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김정하 교수와 고대안산병원 재활의학과 김동휘 교수의 도움말로 추석 연휴 중 알아두면 좋을 건강상식을 소개한다.
1 최소 2시간마다 휴식을 취하자=차가 많이 막히는 귀향 또는 귀경 길. 창문을 닫고 장시간 운전을 하다보면 몸 안의 이산화탄소가 축적돼 졸림을 느끼거나 하품이 나오기 일쑤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리 몸의 정맥피가 순환하는 힘은 주로 다리 장딴지 근육이 수축할 때 발생하는데, 그 힘에 의해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도 발의 피가 심장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교통 체증 또는 장거리 이동 때문에 장시간 한 자세로 운전을 하게 되면 물리적으로 장딴지 근육운동을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정맥피가 순환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없게 돼 피가 정체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혈전이 생겨 혈관이 막힐 수도 있다.
따라서 명절 연휴 고향 나들이처럼 장시간 운전이 불가피할 때는 최소 2시간마다 차에서 내려 10분 이상 휴식을 취하고 신선한 공기도 마시면서 간단한 스트레칭을 통해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2 다이어트의 적, 과음과 과식을 피하자=오랜만에 만나는 자식과 손자들을 위해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하신 부모님. 또 반가운 친척이나 고향 친구들을 모처럼 만나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밤을 새며 술과 음식을 과잉 섭취할 우려가 있다.
과음과 과식은 복통, 설사 등 소화불량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해마다 명절 연휴 중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방문하는 나들이객 환자들이 적잖이 발생한다. 명절 연휴가 끝난 뒤 갑자기 불어난 체중 때문에 뒤늦게 후회를 하는 이들도 있다. 기름진
고칼로리 명절 음식과 독한 술을 먹고 마실 때는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명절 음식을 하나도 안 하거나 안 먹을 수도 없는 일. 음식을 조리할 때 조리법을 주의하면 칼로리는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다. 식용유는 되도록 트랜스 지방산이 없는 식물성 식용유를 사용하고 설탕 대신 과즙을, 고기는 볶는 것보다 삶아서 편육으로 먹는 것이 좋다. 또한 튀김옷은 가능한 얇게 입히고 튀긴 후에는 냅킨을 깔아 기름을 흡수하게 한다.
3 주부들의 스트레스를 온 가족이 함께 나누자=주부들은 명절이 되면 연휴 내내 새벽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집 안팎을 청소하고, 음식을 만드는 등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한다. 요즘엔 집안일을 도와주는 가장과 자식이 많다곤 하지만 아직도 명절 날 과도한 가사노동에 시달리며 스트레스를 받는 주부들이 많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가족과 친척들을 위해 여러 가지 불만을 참고 심리적, 육체적 고통을 당하는 주부들의 스트레스를 이제는 가족 모두가 나눠 가져야 할 때다. 특히 남편을 비롯해 주위 가족들의 충분한 이해와 세심한 배려가 중요하다. 물론 주부 스스로도 틈틈이 휴식을 취해 육체피로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4 적당한 수면시간을 꼭 유지하자=명절 연휴는 한동안 못보고 지내던 가족 및 친척들과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자리를 함께 하는 시기다. 따라서 밤을 새가며 고스톱을 치거나 추석 특집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바람에 생활리듬을 잃기 쉽다. 이렇게 연휴랍시고 갑자기 생활 패턴을 바꾸게 되면 바이오리듬이 깨져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십중팔구 심각한 피로를 느끼게 된다.
다소의 변화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연휴 중 매일 잠만큼은 7∼8시간씩 취하도록 노력하자. 잠은 적어도, 많아도 건강을 해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5 명절에 여는 병원이나 약국을 미리 알아두자=휴일지킴이 약국이 일부 운영되긴 하지만 추석과 같은 명절 연휴 중엔 대부분의 병원과 약국은 문을 열지 않는다. 따라서 과거 고향 나들이 길에 자신이나 가족이 갑자기 아팠던 경험이 있다면, 이제 고속도로 휴게소 편의점에서도 간단한 상비약 정도는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두자.
해열진통제를 비롯해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안전상비의약품은 24시간 운영 휴게소 및 편의점 등에서 언제든지 구입이 가능하게 됐다. 평소 건강상태를 고려해 상비약 정도는 미리 챙기는 것이 좋지만, 만약 바빠서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뒤늦게나마 휴게소 등에서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어린 아이가 있는 가족은 여행 시 어린이용 해열제를 준비해놓는 게 바람직하다. 이 경우 휴대와 보관이 편리한 ‘씹어 먹는 어린이 해열제’를 챙기면 편하다. 아울러 고혈압이나 당뇨환자와 같이 평소 꾸준히 먹는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도 약을 잊지 말고 챙기도록 한다.
6 연휴 중에도 적당한 활동량을 유지하자=고향에 내려가 편한 마음에 집안에서만 지내다 병을 얻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꼼짝 않고 TV만 보며 지내거나, 고스톱과 같이 활동량이 적은 놀이에만 열중하면 운동량 부족으로 자칫 관절이나 호흡기 계통에 무리가 올 수 있다. 모처럼 온 가족이 함께 모인 소중한 시간, 이번 추석 연휴만큼은 집에만 있지 말고 고향근처 명소를 둘러보는 등 가족 나들이를 통해 건강과 가족애를 둘 다 챙겨보자. 단, 야외 활동에 나설 때는 곤충에 물리지 않도록 밝은 계열의 옷을 착용하거나 향수, 헤어스프레이 등의 사용을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 벌에 쏘였을 때는 피부를 문지르거나 긁지 말고, 벌침을 뺀 후 냉찜질을 해준다.
7 감염 예방을 위해 수시로 손을 씻자=면역체계가 완전하지 않은 아이들은 조그만 환경 변화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평소 집에서는 별탈이 없다가도, 친가나 외가만 다녀오면 감기나 열병에 걸리는 아이들이 있다. 갑자기 생활환경이 바뀐 가운데 무리를 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감염 예방을 위해 흙장난과 같은 야외활동을 한 후에는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도록 지도하는 게 좋다. 이는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이므로 보온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