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젊은층 자궁경부암 급증
입력 2013-09-16 17:31
우리나라에서 주로 50세 전후에 발병하던 자궁경부암이 최근 들어 20∼30대 연령대에서 급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010년도 국가 암 등록 통계를 보면, 자궁경부암은 15∼34세에서 갑상선, 유방암에 이어 3번째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35∼64세의 경우 자궁경부암 발생률이 가장 높은 연령대인데도 갑상선, 유방암, 위, 대장암에 이어 5위에 그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인유두종바이러스(HPV)와 자궁경부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궁경부암 조발생률(인구 10만명당 발생자수/년)은 14.5명이다. 이는 동아시아 평균 11.9명보다 2.6명이나 많은 숫자다.
자궁경부암은 HPV 감염으로 발생하는 암이다. 대한부인종양학회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 19∼79세 여성 6만7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HPV 감염률은 3명 중 1명(34.2%) 꼴이다. HPV는 주로 성관계를 통해 전파된다.
따라서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건전한 성생활이 요구되고, 자궁경부암의 주 원인인 HPV의 침투를 막는 방어 능력(면역력)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독감백신을 맞으면 특정 독감바이러스를 막아주는 것처럼 HPV 예방백신, 즉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으면 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면역력이 증가된다. 시판 자궁경부암 백신은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가운데 75%를 차지하는 HPV 16형과 18형의 감염을 차단해 그로 인한 암 발생 위험을 봉쇄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만 9∼26세 여성이라면 누구나 접종이 가능하다. 특히 성 경험이 없는 상태인 10대 때 접종해야 면역력을 극대화하는 데 유리하다. 물론 이 시기를 놓친 여성들도 45세까지는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흔히 성 경험이 있어도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가급적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 이유다.
자궁경부암은 발병 초기 단계에서 발견할 경우 의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현재 치료 후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이 90% 이상에 이른다. 그러나 자궁경부암 환자의 약 20%는 초기에 어떤 이상도 특별히 느끼지 못한다. 자궁경부암을 피하려면 백신 접종 못잖게 정기 세포검진을 통해 암을 초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궁경부암 세포검진의 정확도는 약 80%다. 따라서 6개월∼1년에 한 번씩 세포검진만 잘 받아도 자궁경부암의 대부분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성생활을 하는 여성의 경우 자궁경부암이 생길까봐 겁이 난다면 부인과 정기검진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강정배 한림대성심병원 산부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