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혜훈 (12) 이슬람 교두보 될 英레스터에 교회 예비하신 주님

입력 2013-09-16 17:18


몇 년 뒤 영국의 개방적 이민정책의 영향이 곳곳에 나타나면서 레스터 지역은 이슬람의 교두보가 됐다. 무슬림 인구가 40%를 넘어서면서 현지 교회들은 십자가를 내리고 초승달을 내건 모스크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는 교회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이슬람화 속도가 빠르다.

내가 영국에 도착했을 당시 영국교회는 텅텅 비어가고 있었다. 존 웨슬리, 존 버니언과 같은 믿음의 성인들을 생각하고 기대했던 영국교회가 아니었다.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는다는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을 어린 시절 읽고 또 읽으면서 많은 감동과 도전을 받았다. 영어로 책을 읽을 정도의 실력이 됐을 때 처음 원서로 읽은 책도 천로역정이었다. 그때 감동을 잊을 수 없어 영국에 도착하자 존 버니언이 섬겼던 베드포드 교회를 찾아가 봤다.

충격이었다. 교인이라고는 지팡이 짚은 백발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드문드문 앉아 계시는 것이 전부였다. 영국 교회의 영적 쇠락과 이슬람에 대한 개방적 이민정책이 오늘날 영국 교회들이 이슬람 사원으로 간판을 바꿔달도록 했다는 게 중론이었다.

박금일 목사님은 ‘왜 하나님께서 이슬람의 교두보가 된 레스터에 깨어있는 주의 교회를 세우길 원하셨는지 분명히 깨달았다’고 고백하고 ‘한인사역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슬람 쓰나미로부터 하나님이 구원하시려는 모든 영혼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민족 교회로 전환했다. 지금은 중국인, 영국인, 아프리카인 등등 각국에서 온 120여명의 성도를 섬기고 있다.

교회가 성장해서 더 없이 감사하고 기뻤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선교헌금에 대한 부담감이 묵직하게 커갔다. 국회의원으로 일할 때 지역구인 서초구의 권사님 한 분이 면담을 신청해 왔다. 그 분은 “새벽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전날 뉴스에서 본 강북의 어느 중학교 문제에 대해 노를 발하시는 것 같았고 불쌍한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셨다”면서 자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그 학교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하셨다. 그 학교 문제는 당시 전국적 이슈였고 찬반이 극명하게 나눠져 있었기 때문에 정치인 입장에서는 솔직히 관여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또 그렇게 복잡한 문제는 내가 한마디 끼어든다고 쉽사리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권사님이 눈물을 흘리며 어린 학생들의 어려움을 말씀하시는데 그리스도의 심정이 느껴졌다. “되고 안 되고는 하나님께 맡기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 민원 설명은 짧게 끝났고 시간이 남아 신앙얘기를 좀 나누다가 이야기가 옆길로 흘렀다. 우리나라에서 무슬림의 영향력에 대해 대화하다 박 목사님을 잠깐 언급했다. 바로 다음날 교육감을 찾아갔는데, 예상외로 그 학교 문제는 그 자리에서 해결됐다. 교육청을 나오며 권사님과 얼싸안고 하나님의 응답하심에 감사드리고 헤어졌다.

꽤 시간이 지난 후 외국출장 가느라 비행기에 막 탑승했을 때 박 목사님이 전화를 주셨다. 그 권사님 이름으로 선교 헌금이 송금돼 전화 드렸더니 매달 헌금하겠다고 하셨다며 무슨 일인지 물어보셨다. 처음엔 나도 믿기 어려웠다.

참으로 오묘하신 하나님. 지구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레스터란 곳으로 나를 이끄시고, 무슬림의 교두보가 될 그곳에 하나님의 사람들을 지킬 교회가 세워지도록 준비시키시고, 그 교회를 지원할 하나님의 사람들을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맺어주시는 하나님의 신묘막측하심에 또 다시 무릎을 꿇었다. 비행기가 도착할 때까지 지난 50년 동안 인도해 오신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정리=송세영 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