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생활지도 달인' 서현석 한오름학교 교감
입력 2013-09-16 15:29
[쿠키 사회] “아버지가 10%만 변해도 자녀는 100% 변합니다.”
인천지하철 동막역 인근 인천시평생교육관 2층에 자리 잡은 공립 한오름학교의 서현석(59)교감은 16일 “학부모와 소통이 되지 않는 프로그램 위주의 생활지도는 성공하기 어렵다”며 이 같이 말했다.
서 교감은 35년 동안 생활지도를 담당해 온 이 분야 권위자로 지난해 5월부터 지금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부모 20명과 자녀 20명이 참가하는 아버지학교를 열어 이곳에서 만난 2400명의 마음을 감동으로 사로잡은 장본인이다. 이곳에서 초등학교때부터 말썽만 부린 자녀가 아버지의 발을 씻어주는 과정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자녀와 부모와 함께 참가하는 부자감동캠프는 전국에서 인천이 유일하다.
서 교감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한오름학교의 ‘안아주기’ 생활지도방법을 전국에 퍼뜨리고 있다”며 “비법은 학부모 변화를 우선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버지학교에 참여한 한 아버지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자신과 멀어지는 것이 두렵다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 같은 감동사례가 이어지면서 전국의 대안학교 교사들이 인천 라마다호텔에서 지난달 초 한오름학교 사례를 공유했다.
서 교감의 생활지도사례는 대안학교가 없는 제주도에 대안교실이 문을 여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서 교감의 생활지도방법은 1979년부터 근무한 한 실업계고등학교에서 2005년 1200명의 학생 중 250명(8개 학급에 해당)이 퇴학당하는 상황을 만나면서 본격화됐다. 학생부장의 직을 걸고 24명을 퇴학시키려는 교장에게 출석일수를 초과한 2명만 퇴학시키면서 ‘퇴학 안시키기로 소문난 교사’로 살아온 것이다.
서 교감은 지난해 일반학교에서 대안학교에 오기 전에 진행된 징검다리 교실에 4일 동안 참가한 한 학생이 입학직전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뒤 변화된 친구들이 대학생이 돼 최근 카카오톡을 통해 소식을 나눈 사례를 말할 때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서 교감은 “장례식에서 만난 죽은 아이의 어머니에게 징검다리교실에서 생애 마지막 순간에 남긴 아들의 글을 전해줬다”며 “그 글에는 ‘초등학교 졸업이후 부모와 한번도 밥을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부자감동캠프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해 속이 후련하다’고 적혀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 대안학교 학생들은 오토바이 사고 소식이후 오토바이를 모두 팔고, 더 이상 타지 않는 등 생활에 큰 변화가 있었다.
서 교감은 “대안학교 교사들의 신분이 비정규직”이라며 “무기계약직으로 신분보장을 해 줄 경우 더많은 감동교육사례가 쏟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천=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