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틴 新나는 홈런2발… 日야구 자존심 무너뜨린 56호, 이승엽 기록 넘긴 57호
입력 2013-09-15 23:36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의 거포 블라디미르 발렌틴(29)이 한 시즌 최다 홈런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다.
발렌틴은 15일 일본 도쿄 메이지진구구장에서 열린 한신과의 경기에서 1회말 1사 2루 상황에서 에노키다 다이키의 바깥쪽 직구(시속 137㎞)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시즌 56호 홈런. 발렌틴은 오 사다하루(王貞治·1964년), 터피 로즈(긴테쓰·2001년), 알렉스 카브레라(세이부·2002년)의 55홈런을 넘어 일본 프로야구 최다 홈런 기록을 수립했다.
기쁨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발렌틴은 3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다시 에노키다의 몸쪽 슬라이더(시속 120㎞)를 끌어당겨 왼쪽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연타석 대포를 쳤다. 57호 홈런을 친 그는 이승엽(삼성)이 2003년 세운 아시아 시즌 최다 홈런(56개)도 가뿐히 넘겨 새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전날 발렌틴에게 고의 4구 가까운 볼넷을 내줘 팬들의 비난을 받은 한신 투수진은 이날 정면 승부를 펼쳤다가 대기록의 희생양이 됐다. 과거 로즈와 카브레라는 오 사다하루가 세운 일본 홈런 기록을 외국인에게 넘겨줄 수 없다며 집중 견제를 펼친 일본 투수들 탓에 신기록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하지만 발렌틴은 예전과 달리 일본 투수들이 공정한 승부를 펼침에 따라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날 야쿠르트는 발렌틴의 홈런 2방을 앞세워 9대 0 승리를 거뒀다.
중미의 네덜란드령 큐라소 출신인 발렌틴은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과 신시내티를 거쳐 2011년부터 일본 야쿠르트에서 뛰었으며, 2011년과 2012년 두 해 연속 홈런 31개를 때려 센트럴리그 홈런왕을 거푸 제패했다. 2.04경기당 1개꼴로 아치를 그려온 그는 지금 페이스라면 올 시즌 64방의 홈런을 터뜨려 일본에서 첫 60홈런 시대를 열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