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의 경제학’ 번역한 전강수 교수… “130년전 ‘토지공개념’ 여전히 매력적”
입력 2013-09-15 18:52
미국의 경제사상가 헨리 조지(1839∼1897)의 사상을 한눈에 보여주는 저서 ‘사회문제(Social Problems)’가 국내 처음 소개됐다. 1883년 미국에서 발간된 지 130년 만에 ‘사회문제의 경제학’(돌베개)으로 번역돼 나온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조지스트(헨리 조지의 사상을 추종하는 사람들)로, 책을 번역한 전강수(54·사진) 대구가톨릭대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조지는 사회가 진보하는데도 여전히 빈곤한 것은 토지 사유화 때문이라며 ‘단일토지세’를 주장했던 인물이다. 전 교수는 “조지의 통찰은 시대를 초월해 현재적 메시지를 던져준다”며 “그는 생전에 ‘샌프란시스코의 선지자’로 불렸다”고 소개했다.
이 책은 조지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진보와 빈곤’(1879)과 더불어 그의 대표작이다. 토지공개념과 토지가치세제를 주창했던 그의 사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열정까지 읽을 수 있다. 또 국가의 협동조합적 기능부터 여성의 사회참여 문제까지 다양한 주제를 알기 쉽게 다루고 있다. 말년에 조지 사상에 매료돼 출판사를 직접 차려 책을 소개했던 톨스토이는 러시아판 서문에서 “조지가 쓴 책과 연설문, 기사 중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최고 작품”이라고 적었을 정도다.
그런데 국내에는 왜 이렇게 뒤늦게 소개된 것일까. 전 교수는 “조지 사후 미국에서 지주세력의 이해를 대변하는 이들 중심으로 경제학계에서 그를 추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이후 좌우 대립이 심화되면서 밀려난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미국 주류 경제학의 복사판과 다를 바 없다고 할 정도로 ‘지적 편식’이 심한 한국 경제학계의 현실도 한몫했다.
1997년 경북대 김윤상 교수가 처음 ‘진보와 빈곤’을 번역한 뒤 ‘정치경제학’ 축약본 등 일부만 소개됐다. 참여정부 시절 경북대 이정우 교수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들어가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의 정책으로 일부 반영하며 주목받았지만 동시에 공격도 상당했다. 전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논쟁적 성격 때문에 참여정부 당시 정책들이 반대에 부딪히고 배척당했던 것처럼, 당시 부동산 정책도 그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지는 책에서 “모든 과세를 토지가치에 부과되는 조세에 집중시킨 후 지대의 대부분을 징수할 수 있을 정도로 무겁게 과세하여 공동의 목적을 위해 쓰는 것은 모든 개혁 중에서 가장 위대하고 가장 근본적인 개혁”이라고 설파했지만, 지금 현실화하기엔 어려움이 적지 않다. 전 교수는 조지의 구상을 우리 현실에 맞게 토지를 국가나 공공이 갖고 사용권만 주는 방식으로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지난 대선 때 무소속 안철수 캠프에 참여해 정책 입안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조세 저항이 얼마나 대단한지 쓴맛을 봤다. 이후 저술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전 교수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정의를 우리 사회의 화두로 만들지 않았느냐”며 “이 책이 토지 정의에 관심 갖게 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