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입은 오바마… 무력충돌 반대 미국인 희망사항 일단 충족

입력 2013-09-15 18:42

미국과 러시아의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 합의안’ 도출은 겉으로 보기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승리로 비친다. 무력 충돌을 피하고 외교적 해법을 바란 미국민들의 희망사항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앤드루 코허트 퓨리서치센터 이사는 “어떻든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폐기하게 만든 것은 공적”이라며 “일반 국민들에게는 어떤 과정을 거쳤는가보다는 그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군사개입을 당분간이라도 피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그를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정은 그렇게 단순치 않다. 이번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를 다루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미숙한 외교정책 역량과 정치적 리더십이 확연히 드러났다는 비판론이 적지 않다. 전략 없이 즉자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시리아 아사드 정부의 화학무기 공격에 대응해 강력한 군사제재를 천명하더니 갑자기 의회의 승인을 받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후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를 획득하는 데도 실패하는 리더십의 한계를 노출했다. 곤경에 처한 오바마 대통령의 체면을 살려준 것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포기와 군사공격 배제를 엮는 외교적 해법을 추진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었다.

빌 클린턴 대통령 정부 때 공보업무를 담당했던 포데이비드 거겐은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은 아마추어같았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평가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 내 좌파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시리아 군사제재안 승인 요구를 거부했다”면서 “이러한 경험은 앞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당내 영향력도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유명한 밥 우드워드 미 워싱턴포스트(WP) 기자는 지난 10일 한 방송에 출연해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동안 제대로 조율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즉자적으로 대응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