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배병우] 미국의 ‘AM라디오 되살리기’
입력 2013-09-15 18:40
한국에서 AM라디오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 미국에서는 더 심하다. AM라디오를 ‘멸종위기 종’에 비유하는 이도 있다.
1978년까지만 해도 미국 전체 라디오 청취자의 절반이 AM라디오를 들었다. 2011년에는 그 비율이 15% 아래로 급락했다. 아직 300만명의 청취자가 있다고 하지만 감소 추세는 분명히 가파르다.
최근에는 TV나 FM라디오보다 훨씬 강력한 적수가 줄줄이 등장했다. 스마트폰과 아이패드 등 디지털시대의 총아들은 AM 전파를 방해해 잡음과 끊김 현상을 증가시킨다. 무료 인터넷 라디오는 라디오 산업의 기반마저 무너뜨릴 가능성이 있다. 세계 최대 인터넷 라디오서비스 판도라의 미국 지역 가입자는 2억명을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이러한 흐름을 되돌리려는 사람이 있어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유일한 공화당 소속 위원인 아짓 파이. 파이 위원은 “AM라디오는 미국 소리 문화의 핵심”이라는 주장을 편다.
파이 위원 자신도 ‘AM라디오 되살리기’가 과거에 대한 향수에 일부 기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갈수록 디지털화와 도시화가 심화되는 현실에서 소도시와 공동체적 가치의 상징인 AM라디오는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공황 당시 미국인들의 어려움을 다정한 음성으로 위로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노변정담(fireside chats)’, 역대 메이저리그 결승전 중계 등에서 보듯 AM라디오 방송에는 역사적 가치도 있다.
알래스카 등 오지에서는 여전히 광대한 지역으로 전파가 퍼지는 AM라디오가 주요 방송수단이다. 도시에서도 천재지변 등으로 전화와 인터넷이 중단될 때는 AM라디오가 외부 세계와의 유일한 연결수단이라는 안전관리상의 존재 이유도 있다.
파이 위원은 우선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들을 일신할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AM방송국이 새 장비를 마련할 경우 이것이 다른 방송국의 전파를 방해하지 않음을 입증하도록 하는 비싸고 성가신 규제들을 혁파하자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파이 위원의 주장에 대해 기술 변화를 거스르는 돈키호테적인 시도라고 평가절하한다. 하지만 이 주제를 다룬 뉴욕타임스 기사에 달린 독자들의 댓글 중 태반은 긍정적이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