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출구전략 완만하게 진행돼도 신흥국 자금이탈 심각할 듯”
입력 2013-09-15 18:24 수정 2013-09-15 23:25
미국의 출구전략이 완만하게 진행돼도 신흥국에서 글로벌 자금 이탈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15일 ‘10대 신흥국 건전성’ 보고서에서 주요 신흥국 중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등의 경제 건전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하면서 자금 이탈 가능성을 제기했다.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신흥국으로 자금이 유입됐지만 최근 선진국과 신흥국 간 금리차와 성장률 격차가 줄어들고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 역시 감소하고 있어 글로벌 자본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을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출구전략이 2∼4년에 걸쳐 진행돼도 경제 건전성이 약한 신흥국에서는 자금 유출이 심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포트폴리오 수지(소액 주식 채권 투자와 관련된 수지), 민간차입 수지 비중이 높아 약간의 충격에도 외화 유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은 2008년 위기 이후 경상수지 적자를 금융수지 흑자로 보전하고 있고 포트폴리오 수지와 민간차입 수지 비중이 높아 외화자금 유출입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연구소는 “양적완화 축소로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같은 집단적 위기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다만 지난 10여년간의 경기 호조와 글로벌 자금 유입 등으로 내수과열, 외화유동성 관리 미흡 등이 나타나는 국가들이 다수 포착된다”고 말했다.
경제 건전성을 국내총생산(GDP)·물가·실질금리·시중통화량(M₂)·재정지수·정부부채 등 실물경제 여건으로 살펴보면 10개국 중 브라질의 건전성이 가장 떨어지고 인도와 남아공, 터키의 건전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경상수지·금융수지·외환보유액·총외채·단기외채·환율 등을 기준으로 본 외환 측면에서는 인도의 경제가 가장 위험하고 이어 남아공, 브라질, 터키 순으로 나타났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