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스포츠 해빙’… 평양에 첫 애국가 울려 퍼졌다
입력 2013-09-15 18:10
북한 평양에서 열린 공식행사에서 사상 처음 애국가가 울려 퍼졌고 태극기도 잇따라 펄럭였다.
15일 대한역도연맹에 따르면 평양 류경 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아시안컵 및 아시아 클럽대항 역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국 주니어 선수 4명이 모두 메달을 따냈다.
김우식(19·수원시청)과 이영균(19·고양시청)은 14일 열린 주니어 남자 85㎏급 경기에서 둘만의 대결을 펼쳐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AP통신은 이들의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연주됐다고 평양발로 보도했다.
김우식은 북한에서 애국가를 울린 첫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권예빈(19·수원시청)은 전날 주니어 여자 69㎏급 합계에서 동메달을 따 시상식에서 처음으로 태극기를 올린 주인공이 됐다.
지난 12일 열린 대회 개막식에서는 ‘대한민국’ 국호가 처음으로 사용됐다. 또 한국 선수단은 북한에서 열린 대회에서 최초로 태극기를 들고 입장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15일 오전 11시쯤부터 15분에 걸쳐 이 대회 주요 장면을 녹화중계하면서 김우식과 이영균 등 한국선수들의 경기와 수상장면을 내보냈다. 중계방송 진행자는 남조선의 선수라고 소개했고, 화면 하단에는 선수의 기록과 함께 태극기가 표시됐다. 특히 시상식 중계에서는 애국가 연주되고 태극기가 게양되는 장면이 7초가량 짧게 전파를 탔다.
또 북한 관중이 기립한 경기장 위로 두 개의 태극기가 멀리서 나란히 올라가는 장면이 화면에 잠깐 나타났다. 하지만 태극기는 화면에 클로즈업되지 않고 먼 거리에서 작게 잡혀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고, 애국가는 첫 소절의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까지 방송됐다.
애국가와 태극기에 대해 극히 예민한 반응을 보여 오던 북한이 이처럼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무엇보다도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 때문으로 보인다. 남북관계의 ‘협상파’로 불리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출범한 국가체육위원회를 이끌게 된 것도 그 배경으로 꼽힌다.
북한은 2008년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 축구대표팀의 2010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전에서 홈경기의 이점을 포기하면서까지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를 거부했었다.
결국 상하이로 옮겨 태극기와 인공기가 게양된 가운데 열린 양팀의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들어 TV에 태극기 이미지는 허용하는 등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남한에서는 2002년 9월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의 인공기가 처음으로 게양됐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