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사퇴 후폭풍] 만나기도 전에 공방가열… 양보없는 설전 예고
입력 2013-09-15 18:05 수정 2013-09-15 23:09
민주당이 15일 고심 끝에 박근혜 대통령, 여야 대표 간 ‘16일 국회 3자 회담’에 응하기로 했지만 회담에서는 날 선 설전이 예상된다. 의제부터 형식까지 입장차가 워낙 커 화기애애한 의견교환이 아니라 현안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될 전망이다.
우선 의제부터 양측 입장이 극과 극이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이라는 양측이 타협하기 어려운 문제가 핵심 의제로 예상되는 데다 이를 수사한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꼬인 모습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회담 참여를 밝히면서도 최근 상황과 관련해 ‘공포정치’, ‘섬뜩함과 전율을 느낀다’며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비판을 했다. 또 ‘역대 박 대통령 사과 현황 및 사례’ 등을 담은 수십 쪽짜리 자료를 내는 등 회담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날 선 대립 탓에 의제 조율을 두고 양측은 진통을 겪었다. 청와대와 여당은 모든 의제를 논의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사전 조율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미리 만나 의제를 조율하는 것 자체가 모든 국정 전반을 논의하겠다는 것과 맞지 않는다. 주어진 특정한 의제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모든 것을 논의하자는 것은 국정원 문제를 여러 현안 중 하나로 축소시키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최우선 의제로 꼽으면서 박 대통령에게 ‘분명한 답변을 준비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김 대표가 기존 민주당 주장대로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과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고 박 대통령이 “국정원에 진 빚이 없다”고 이전 태도를 고수할 경우 더 이상 회담이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미 채 총장 사퇴 이후 민주당 일각에서는 ‘회담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강경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회담 형식을 두고도 물밑접촉을 벌였으나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청와대는 국회 내 외빈 초청 공간인 ‘사랑재’에서 오후 3시부터 30분가량 대통령이 해외순방 귀국 보고를 한 뒤 이어 1시간짜리 3자 회담을 하자고 통보했다. 새누리당도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하는 만큼 국회의장단을 먼저 만나고 3자 회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3자 회담을 먼저 하는 한편 시간도 늘리고 장소도 사랑재 내 별도 공간에서 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이 오후에 3자 회담을 생중계하자고 전격 제안했지만 청와대가 즉각 거부하는 등 양측은 종일 신경전을 벌였다.
청와대가 회담 참석자의 드레스코드까지 ‘정장’으로 통보한 것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불만이 크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드레스코드를 정장이라고 통보해왔는데 그대로 갈지 안 갈지는 우리 마음”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노숙투쟁을 해오는 동안 낡은 셔츠와 면바지를 입고 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공식 행사에 참여해 왔다. 양측은 3자 회담에 청와대와 양당 비서실장이 배석키로 했다.
임성수 정건희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