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사퇴 후폭풍] 검찰 독립성 문제로 비화 “임기 있으나마나” 비판도

입력 2013-09-15 18:06 수정 2013-09-15 23:10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가 ‘검찰의 중립성·독립성’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히 채 총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권의 ‘검찰 길들이기’ 차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더구나 채 총장의 갑작스러운 낙마로 검찰은 5개월 만에 다시 수장 공백 상태가 불가피해졌다.

채 총장은 지난해 검찰청법 개정으로 신설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추천을 거쳐 검찰 수장에 오른 첫 사례다. 외부 인사 9명으로 구성된 총장추천위는 지난 2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채 총장 등 3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당초 법무부가 밀었던 인사 2명이 표결 끝에 탈락해 ‘추천위의 반란’이란 평가도 나왔다. 청와대가 예정보다 총장 인선 발표를 늦추면서 총장추천위 재구성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결국 3월 15일 채 총장을 내정했다.

채 총장이 취임 163일 만에 혼외아들 의혹에 휘말려 퇴진하게 되자 검찰 안팎에선 “총장추천위가 후보를 압축해 올려도 정권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어떻게든 사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게 됐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누가 총장이 되더라도 힘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며 “정권 의중에 충실해야 산다는 메시지를 이렇게 세게 전하는데 검찰 독립 문제는 한동안 꺼내지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총장 임기제’ 역시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다시 받게 됐다. 검찰청법 12조는 검찰총장 임기를 2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1988년 검찰의 독립성 보장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후 임명된 18명의 총장 가운데 겨우 6명만이 임기를 채웠다. 특히 이명박정부 출범 후에는 채 총장을 포함해 4명 전원이 중도 퇴진했다. 이 가운데 검찰 수사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경우는 2009년 6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임채진(36대) 총장이 유일하다. 김준규(37대) 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국회에서 파기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후임인 한상대 총장은 ‘뇌물 검사’ ‘성추문 검사’ 등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중수부 폐지’와 ‘중수부장 감찰’ 카드를 꺼냈다가 내부 반발에 밀려 옷을 벗었다.

검찰의 한 간부는 “박 대통령의 검찰 개혁 관련 대선 공약 첫 번째가 바로 ‘검찰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이었다”며 “채 총장이 확인되지 않는 의혹과 외부 압력에 의해 물러나면서 이 공약 역시 상당 부분 퇴색됐다”고 말했다.

지호일 정현수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