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사퇴 후폭풍] “그런 식으로 물러나선 안된다”… 곤혹스런 청와대
입력 2013-09-15 18:04 수정 2013-09-15 22:58
청와대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채동욱 검찰총장이 ‘정치적 희생양’으로 물러나게 됐다는 의혹에 대해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사태의 본질은 채 총장이 혼외아들을 두었는지를 따지는 윤리적인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 채 총장 퇴진의 배후로 청와대를 지목하는 야당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는 데 대한 당혹감도 나오고 있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15일 기자실을 찾아 “(채 총장 혼외아들 존재가) 진실이 아니라고 하면 그런 식으로 하면(물러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채 총장이 지난 13일 전격 사퇴한 뒤 ‘청와대 압력설’이 전면으로 부각되자 불쾌한 기색을 드러낸 발언이다. 하지만 채 총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국정원 사건을 수사해 ‘밀려났다’는 관측을 강하게 부인하는 의미가 더 크다. 채 총장과 관련해 극도로 발언을 자제하던 청와대였지만 박근혜정권의 도덕성에 흠집이 날 우려가 커지자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이 수석은 “일단 진실을 규명해 (혼외아들 논란이) 아니면 당연히 채 총장은 복귀해서 일을 하셔야 한다”며 “그런 의혹이 있다고 해서 물러난다고 한다면 요즘 공직자에 대한 투서, 음해도 많은데 전부 다 물러나야 하나. 그러면 누가 공직을 수행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채 총장 본인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빨리 해결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며 “본인이 적극 소명하는 것이 도리이고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을 겨냥하고 부정적인 여론을 주도하는 야당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수석은 “그런 식으로 갖다붙이고 특정 정당에 유리하다고 해서 전부 추측을 할 것 같으면 검찰은 집권당, 집권세력에 소속된 누구 한 사람도 구속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야당 인사가 무죄 판결을 받으면 우리는 야당이 어떻게 했다고 그런 식으로 해야 되나. 색안경을 끼고 이번 건 하나로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느냐”며 “야당은 진상규명이라는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엉뚱하게 대통령을 공격한다”고 질타했다.
박 대통령이 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섰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채 총장은 사의를 번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청와대가 강조하는 진실규명이 조속한 시일 내 이뤄지지 않으면 검찰총장 공백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