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사퇴 후폭풍] 16일 ‘檢亂’ 분수령… 신중론도 만만찮아
입력 2013-09-15 18:04 수정 2013-09-15 23:00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진상규명’을 지시했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일선 검사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황 장관이 ‘친정’인 검찰 조직을 생각하기보다 청와대 의중에 따라 채 총장을 몰아내려는 흐름에 동참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일각에서는 한상대 전임 총장이 대검 중수부장에 대한 공개 감찰을 지시했다가 검사들의 집단 반발에 밀려 사퇴한 지난해 11월의 ‘검란(檢亂)’ 때와 상황 구도가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검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선다 해도 실익이 별로 없고, 자칫 검찰 조직 전체가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확전’ 양상으로 흐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윤상 대검 감찰1과장은 지난 14일 황 장관의 ‘채 총장 감찰 지시’가 부당하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김 과장은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후배(채 총장)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 직을 걸 용기가 없었던 장관과 그나마 마음은 착했던 그(황 장관)를 악마의 길로 유인한 모사꾼들에게 내 행적노트를 넘겨주고 자리를 애원할 수는 없다’며 격한 불만을 쏟아냈다. 박은재 대검 미래기획단장은 공개 질의서를 통해 ‘장관님, 왜 그러셨습니까’라고 따졌다. 박 단장은 ‘만약 아니면 말고 식의 감찰 지시였다면 그건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검찰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검찰 중간 간부들이 인사권자인 법무부 장관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서부지검 검사들은 지난 13일 전국 검찰청 중 가장 먼저 평검사회의를 열고 검찰총장 사퇴 재고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런 반발 기류는 ‘16일’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부터는 사실상 추석 연휴에 접어들고, 그 이후에는 동력을 다시 모으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검 검사들의 움직임 역시 변수로 꼽힌다.
다만 집단적 움직임보다는 개별적 항의표명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 지역 한 평검사는 “법무부·청와대와 맞선다 해도 그쪽에서 ‘잘못했다’고 사과하거나 채 총장이 살아서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검사들이 정면으로 맞서는 모양새를 취하기도 어렵지 않으냐”고 말했다. 다른 검사는 “불만이야 많지만 성급히 행동에 나섰다간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진상규명 때까지 숱한 의혹이 제기되면 총장이 두 번 상처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평검사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던 서울북부지검과 부산지검 등은 회의를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