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蔡총장 사퇴에 앞서 반드시 따져야 할 일
입력 2013-09-15 17:32
혼외 아들 의혹으로 세간의 논란 한가운데 섰던 채동욱 검찰총장이 법무부의 감찰 착수 발표로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법에 의해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이 취임한 지 불과 다섯 달 만에 확인되지 않는 개인 문제로 물러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채 총장의 말처럼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공직자의 양심적인 직무수행을 어렵게 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도 우선 진실이 규명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사퇴 발표로 검찰 조직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소장 검사들이 모여 법무부 장관의 느닷없는 감찰 지시를 성토할 수는 있겠지만 이로 인해 집단항명으로 비치는 일이 발생할 경우 이번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검사 동일체’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검찰 조직에서 총수가 뚜렷한 이유 없이 자리를 떠나가는 데도 말없이 앉아 있기를 요구할 수는 없지만 성숙한 자세를 보여줬으면 한다.
검찰 조직의 동요를 막기 위해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은 이 문제에 대한 섣부른 개입을 자제하는 편이 좋겠다. 채 총장의 혼외 아들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는 한 일간지의 의혹 제기밖에 없는 상태에서 이를 기정사실화하거나 또는 권력과 언론의 야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둘 모두 진실에 접근하는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진실 규명이 있고 난 뒤에 총장의 진퇴 여부와 외압설을 따져도 될 것이다.
채 총장은 사퇴를 밝히는 자리에서도 자신의 신상에 관한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임을 다시 한번 천명했다. 확인되지도 않는 구설에 휩싸여 사정기관 수장이 물러나는 것은 법과 원칙이 지배하는 민주사회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더욱이 그는 전 국정원장과 부도덕한 재벌 총수를 소신껏 조사해 사법처리하는 등 국민적 지지를 받은 인물이다.
정치적 고려가 없는 수사로 ‘댓글 공작’이라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실체를 밝혀낸 것이 중도낙마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됐다는 의심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어느 누가 소신껏 검찰 조직을 이끌어나갈 수 있겠는가. 검찰은 정권이나 권력을 위해 일하는 조직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하는 조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의 사표는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보류돼야 마땅하다.
채 총장도 사의까지 표명한 마당에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도 하루속히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협조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요즘에는 유전자 감식 기술이 발달해 단 몇 시간이면 친자 여부가 판명나며 비용도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억울하기도 하겠거니와 쉬운 일도 아니겠지만 주변 인물들을 설득해 조속히 진실을 밝히는 데 주력했으면 한다. 검찰총장이 억울하게 물러나는 일이 용인되는 사회라면 한갖 장삼이사들은 어디 가서 하소연해야 할 것인가. 가볍게 처신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