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없는데 보험금 반납 통보… 개성공단 업체들 울상
입력 2013-09-15 17:03
개성공단이 165일 만인 16일부터 기계를 다시 돌린다. 하지만 입주기업들은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개성공단 폐쇄 기간이 길어져 바이어를 놓치면서 당장 일감이 없다. 주문 없이 빈 공장을 돌려야만 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남북 경협 보험금을 받은 기업들은 보험금 반납 통보를 받았다. 수입은 없고, 고정비는 계속 나가는 상황에서 보험금마저 돌려주고 나면 경영 정상화는 한층 늦어질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하루 앞둔 15일 한 의류업체 대표는 “업종마다 다르겠지만 의류업체의 경우 바이어들이 내년도 봄 시즌 옷까지 준비를 끝낸 상황이라 일거리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측 근로자들은 개성공단 폐쇄 기간이 길어지면서 회사를 떠났고 북측 근로자들도 5개월간 일을 하지 않아 재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다른 의류업체 대표는 “원자재도 없고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라 이전에 생산하던 물량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최소 1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수출입은행으로부터 개성공단 잠정폐쇄로 받은 경협보험금을 받은 기업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남북 당국이 재가동에 합의한 직후 수출입은행은 해당 기업들에 17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보험금을 반납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보험금은 46개사가 총 1485억원을 받았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2009년부터 올해까지 보험금 1억4000만원을 냈다”면서 “자금 여유가 있는 상위 10% 기업의 경우는 괜찮겠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어쩌라는 거냐. 대통령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얘기했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도 16일 보험금 반납기한 연장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다. 기업들은 개성공단 잠정폐쇄로 거래관계를 끊은 바이어들을 설득해 주문을 확보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대기업, 공기업과 함께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일거리를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달라는 호소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