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민심 반영엔 독일식 정당명부제가 가장 적합”

입력 2013-09-15 17:09 수정 2013-09-15 21:57


야당 독일연구모임 주도하는 원혜영 의원

지난 5월말부터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차원의 독일공부 모임인 ‘혁신과 정의의 나라’를 이끌어온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1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에서의 ‘좋은 사회’란 단순히 시민을 잘 대접하는 나라가 아니라 시민의 뜻을 정치·경제·사회에 중심적으로 반영하는 사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도 결국은 국민들이 원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고 그게 여야 간에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원 의원은 “신자유주의 폐해를 독일 모델에서 극복하려는 차원에서 공부를 시작했다”며 “최근 독일을 방문했는데 독일인들도 우리의 이런 노력에 관심이 많고 응원도 많이 하더라”고 소개했다. 또 “올해 국민일보가 독일에서 본받을 만한 것들을 일회성 보도가 아닌 장기적인 시리즈로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주고 있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왜 독일을 공부모델로 정했나.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다고 하는 말처럼 우리가 제일 쉽게 공통분모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좋은 사례를 가지고 적용하는 거다. 오랜 기간 해방을 계기로 무비판적으로 미국 것은 다 좋다고 그대로 따라해 왔는데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근본적인 반성과 성찰이 제기됐고 독일이 그런 위기에서 벗어나 있어 모델로 등장했다. 게다가 독일은 우리와 같은 분단국가였고 제조업이 강하며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또 국민성이 근면성실하고, 인구 규모도 남북한 합치면 8000만명 가깝다. 우리와 여러 면에서 닮았기에 좋은 모델이라고 본다.”

-그간의 모임에 대해 평가해 달라.

“독일 모델을 통해 국가를 혁신하고, 또 정의를 바로 세우자는 취지에서 연구 모임을 해왔다. 독일은 국가의 모든 영역에 대한 시민의 통제를 중요시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정치적 민주주의 못지않게 사회적 민주주의, 경제적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데 중요함을 새삼 느꼈다. 아울러 지난해에 국회에서 몸싸움 방지법이 통과된 이후로 여야 간에 싸울 일이 없어지니까 노는 대신 공부하자고 공부를 했는데 국회가 공부하는 국회로 바뀐 의의가 크다.”

-우리나라도 정치 분야를 혁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독일 정치의 특징은 시민과 정치가 잘 결합돼 있다는 점이다. 말로만 국민을 위한다고 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정치과정에 국민이 결합돼 있고 또 국민의 뜻이 잘 반영되고 있다. 이를 위해 독일 정당들은 시민교육을 강화하고 중요시하는데 우리 정당들도 시민들과의 결합에 좀 더 노력해야 한다.”

-독일은 여야 간 타협의 정치를 하는가.

“독일은 정권이 바뀌어도 앞선 정권들이 한 일에 대해 존중하는 전통이 있다. 대표적으로 서독의 동방정책(대동독정책)이 진보적 사민당에서 입안됐지만 보수적 기민당에 의해서도 존중받아 결국 통일에 이르게 됐다. ‘권력은 내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계승되는 것이다’라고 하는 독일 정치의 전통이 참 부러웠다.”

-독일 정치모델을 보면서 개헌 필요성은 없었나.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게 우리 정치가 국민의 대표성을 얼마나 제대로 많이 갖게 하느냐의 문제다. 그런데 지금의 비례대표제(지역구를 제외한 비례대표 의석만 정당투표율로 나누는 방식)는 그런 점에서 부족하다. 때문에 독일식 정당명부제(전체 의석을 정당투표율로 나누는 방식)를 도입해야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

-민주당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우리 당이 독일과 같은 경제민주주의가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을’지키기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런 것은 참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시민과의 결합을 꾸준히 다양하게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지난 대선에서도 민주당의 주장이 더 매력적이었지만 그 일을 해내는 데 있어선 우리가 신뢰를 받지 못해 진 것이다. 국민과 결합해 신뢰를 얻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독일은 지방자치가 잘되고 있는 대표적 나라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분권과 자치의 나라다. 작은 지자체들이 서로 결합해 독일이 형성됐다. 하지만 우리는 제도적 완성도나 재정자립도 측면에서 5분의 1쪽 지자체 제도밖에 안 된다. 최근 지자체 무용론이 나오고 있는데 오히려 지자체를 더 강화해야 하는 게 바람직한 방식이다. 가령 경기도만 하더라도 경기도가 뭐든 다 하려고 할 게 아니라, 산하 시군구 기초단체가 특성에 맞게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을 지원해야 하는 서포터(지원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시민들 스스로 내가 사는 동네일에 발 벗고 나서게 하는 일도 중요하다.”

-정치 분야를 뺀 또 다른 혁신이 시급한 분야는.

“모든 분야에 혁신이 필요하지만 가장 절실한 건 경제적 혁신이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언급했듯 우리 경제는 거대한 재벌의 동물원 같은 포획된 생태계다. 중소기업 보호차원이 아니라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 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독일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독일인들의 태생적인 근면성과 높은 경지의 기술을 연마하려는 장인정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장인정신을 존중하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독일의 중소기업은 작은 기업이 아니라 강한 기업인데, 우리는 실력이 떨어지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어 젊은이들도 기피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아울러 재벌중심의 경제정책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이 잘될 수 있는 경제정책이 절실하다.”

손병호 김아진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