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차창훈] 新型대국관계와 핵심이익

입력 2013-09-15 18:24


중국의 일반적인 외교정책 목표는 주권과 영토보전, 국가통일(대만 문제) 그리고 사회주의 체제와 이데올로기의 유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중국 외교정책의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구체화될 수 있는데, 첫째, 중국의 현대화와 경제 발전에 유리한 평화롭고 안정적인 국제 환경을 조성하고, 둘째,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세력의 봉쇄정책을 저지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며, 셋째, 경제 발전을 통해 현실 문제를 해결하고 오랜 현대화의 숙원인 중국식 사회주의 건설을 통해 강대국 위상을 되찾는 것이다. 시진핑 집권 향후 10년은 중국의 증대된 국력에 걸맞게 어느 시기보다도 공세적인 외교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견된다.

2012년 공산당 전당대회, 2013년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집권한 새로운 5세대 지도부 시진핑은 앞에서 언급한 목표와 전략을 계승하면서도 후진타오 시기에 제기된 중국 외교정책의 새로운 원칙을 강화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우선,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를 들 수 있다. 신형대국관계는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정책을 펼치는 미국과의 관계를 규정하려는 틀로써 제기되었다. 2012년 2월 시진핑 부주석은 미국 방문 시 공식적으로 신형대국관계를 처음 제기했으며, 5월에 개최된 제4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와 6월 멕시코에서의 G20 정상회의 폐막 후인 미·중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신형대국관계는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이 교류와 협력을 강조하면서 국제적인 책임을 분담하고, 솔직한 대화를 통해 신뢰를 증진할 것을 강조한다. 또한 중국의 핵심이익과 합리적 관심을 미국이 존중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상호존중 속에서 윈-윈하는 관계를 만들어가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18차 전당대회의 보고서에서도 “장기적으로 안정되고 건강하게 발전하는 신형대국관계 건립”을 담고 있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 외교정책은 신형대국관계라는 틀을 제안함으로써 G2시대에 미국과 새로운 대국관계를 형성해나갈 것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이 강조하는 중국 외교정책의 또 다른 중요한 원칙은 ‘핵심이익(核心利益)’의 원칙이다. 핵심이익이라는 용어는 2009년 7월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이 미·중 경제전략대화에서 언급한 이래 주요 문건에서 공식 등장하고 있으며, 2011년 ‘화평발전백서(和平發展白書)’에 상세히 언급되었다. 여기서 언급된 중국의 핵심이익은 국가주권, 국가안보, 영토보전, 국가통일, 중국헌법을 통해 확립한 국가 정치제도, 사회의 안정,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 보장 등 6가지로 표방되었다.

2011년 백서에서 대만을 포함한 주권을 강조해온 기존의 경향과 구별되는 것은 ‘사회의 안정과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 보장’이다. 2008년 이후 적극적 해외진출 전략으로 중국의 경제적 이익이 해외로 확대되어 왔고 해양, 우주, 사이버 공간 등에서의 안보가 중시되고 있다. 중국은 주변 해역인 남중국해, 황해 등 해상 이익을 핵심이익으로 간주하고, 중국군 현대화에 ‘공해전투(空海戰鬪)’ 개념을 포함시키는 등 해양강국의 면모를 갖추려고 노력해 왔다. 중요한 점은 중국의 핵심이익 개념이 주변 지역으로 확장되고 있고, 내용적으로도 사회 안정, 경제 발전과 관련된 어떠한 문제도 핵심이익이 될 수 있음을 천명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중국의 국력 증대에 따른 자신감 상승을 반영하고 중국 외교정책이 보다 공세적으로 전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2010년 남중국해와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영토분쟁에서 핵심이익의 개념에 입각해 중국의 공세적 외교가 표출되었다. 따라서 신형대국관계와 핵심이익 개념을 통해 시진핑 시대 중국의 대외정책이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것임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적어도 미래의 일정한 기간 동안 시간은 중국 편이다. 이에 대응하는 한국 외교정책의 대전략을 고심해야 할 때다.

차창훈 부산대 정치외교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