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3부) 한국,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다] (24) 정치권 ‘독일 배우기’ 한창

입력 2013-09-15 17:14


새누리 독일연구모임 주도하는 남경필 의원

“내년 지방선거 후 권력구조 등 개헌논의 본격화”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내 독일연구모임인 ‘대한민국 국가모델 연구모임 시즌 2’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남 의원은 “70세까지 일하는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사회·경제적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며 정부에 은퇴 시점 연장과 일자리 대책 등을 주문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는 권력구조 개편 등 개헌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구조’와 ‘시스템’이란 단어를 수차례 언급하며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와 시스템 개선을 강조했다.

-시즌 2의 큰 주제가 ‘한국형 자본주의 발전모형 모색’인데 초점은 무엇인가.

“고령화와 자영업자 대책이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일찍 은퇴하고 할 게 없으니 퇴직금을 갖고 소규모 창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자영업자들이 너무 많으니 소위 ‘망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기업 정년을 늘려 일을 계속하게 하고,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해법이다. 예를 들어 수화통역사라는 직업이 있다. 우리나라는 700명뿐인데 현재 일본 수준으로 가려면 4000명은 필요하다. 사회적 일자리는 대부분 은퇴자들이 경험을 살려 할 수 있는 게 많다. 이런 일자리가 일본 수준이면 150만개, 독일 수준이면 200만개다. 은퇴를 늦추고, 퇴직금은 노후를 위한 종잣돈으로 남겨두고, 사회적 일자리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게 정부가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아울러 통일·복지·권력구조 등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연구할 것이다.”

-‘70세까지 일하는 사회 만들기 특별위원회’를 국회에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70세까지 일하는 사회가 너무 먼 이야기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지 않나.

“당장 정년을 70세로 연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미국은 정년이 없고, 일본은 최근 정년을 65세로 연장했다. 결국 선진국은 정년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맞춰 모든 제도들을 하나씩 바꿔 나가자는 것이다. 연금제도만 해도 독일처럼 67세에 받겠다고 수령 시점을 늦추거나 처음에는 20%씩만 받고 나중에 많이 받는 식으로 수령 액수를 조정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다만 세대 간 화해와 협조가 없다면 자칫 젊은 사람의 일자리를 나이든 사람이 뺏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경우 정부 지원을 통해 세대 간 타협책을 보완하고 있으니 벤치마킹할 만하다.”

-상반기 독일 공부를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독일식 타협 문화는 역사의 산물이다. 우파반동인 나치즘을 경험한 독일은 정치인과 종교인들이 모여서 ‘우리가 갈 사회 노선은 무엇인가’라는 토론을 했고, 해답이 통합이었다. 독일의 정치제도는 특정 정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깨어 있는 정치인과 지성인, 언론이 어떻게 국가 시스템을 만들고 갈등을 통합할 수 있는지를 배운 게 독일 공부의 가장 큰 수확이다.”

-최근 무상보육 문제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갈등을 겪고 있다. 독일은 어떻게 대처하는가.

“독일은 지방분권이 확실한 나라다.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독일에서는 잘사는 주(州)가 못사는 주에 예산을 얼마나 지원할지를 놓고 주지사들이 모여서 토론을 한다. 처음에는 격렬하게 싸우지만 며칠 협상이 진행되면 타협안이 나온다. 놀라운 일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중앙정부가 예산을 컨트롤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싸움이 나고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눈치를 본다. 지방에 권한을 더욱 이양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율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좋다.”

-평소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주장하는 개헌론자다. 독일 권력구조 등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 국가 지도자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인가.

“여야 모두 뚜렷한 차기 대권후보들이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 이후가 개헌 논의를 심도 깊게 진행할 수 있는 적기라고 본다. 차기 지도자는 외교·안보에서의 리더십과 갈등조정자로서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러나 두 가지를 다 갖추기는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은 외교·안보 리더십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개헌을 하면 대통령은 외교·안보를, 갈등조정은 국회가 해야 한다. 독일은 총리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있고, 프랑스는 대통령의 영향이 너무 세다. 독일과 프랑스의 중간쯤 어딘가에 우리의 답이 있다.”

-야당이 장기간 장외투쟁하는 우리 국회가 과연 갈등조정을 할 수 있겠나.

“사람보다는 시스템의 문제다. 우리나라는 독일과 달리 ‘승자승 독식구조’다. 1등이 독식하는 구조에 중간은 없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태도 여기에 뿌리가 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민주당은 진보당과 선거연대를 한 것 아닌가. 52대 48로 선거가 끝나면 권력도 52대 48로 가져가는 시스템이 되면 목숨 건 싸움을 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만든 국회선진화법은 실제로 효과가 있다. 이 의원 체포동의안이 처리될 때를 생각해 봐라. 옛날 같았으면 본회의장 안에서 몸싸움하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이번에는 폭력사태 없었다. 시스템을 만드니 사람들의 행동과 문화가 바뀐 것이다.”

-과거를 반성하는 독일과 달리 일본은 거꾸로 간다는 지적이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일본 정치인 명단을 확보하고 있는데 언제 공개할 계획인가.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을 도입하기 위해 헌법 해석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고를 해야 한다. 역사에 대한 반성 없이 전쟁을 할 수 있는 ‘칼’을 가지려든다면 국제사회에 명단을 공개하겠다.”

엄기영 김동우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