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윤필교] 4대가 함께하는 풍경
입력 2013-09-15 17:33
네 가구 중 하나가 나홀로족인 시대다. 핵가족을 넘어 탈가족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요즘, 두 살배기 유아부터 여든넷 할머니까지 13명의 대가족이 오순도순 살고 있는 집이 있다. 경기도 안산에서 용신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아침해’ 선배 집은 한 지붕 아래 4대가 함께 사는, 요즘 보기 드문 가족이다.
“팔순이 넘은 친정어머님과 25년째 목회하고 있는 남편, 전도사인 첫째아들과 사회복지사인 며느리, 중학교 역사 교사인 둘째아들과 어린이집 교사인 며느리, 그리고 ‘행복, 좋은, 하늘, 사랑, 기쁨, 온유’ 6명의 귀염둥이 손주들과 함께 산다”는 선배는 가족이 많다 보니 크고 작은 일이 자주 일어나지만 행복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 집의 제일 큰 어르신은 허리가 꼬부라진 할머니임에도 엄청 부지런하시다. 비가 오거나 힘들 때도 쉬지 않고 하루 종일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고물을 주워 팔아 월 평균 60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사업가. 옥상에 고추·토마토·부추·깻잎·열무·배추·파 등 유기농 채소를 손수 가꾸며, 후손들에게 알뜰하고 부지런하게 사는 본을 보여주신다.
다가구 주택 3층에는 첫째아들 가족, 4층에는 할머니와 선배 부부, 둘째아들 가족이 산다. 4대가 함께 살아 좋은 점은 어떤 걸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어머님을 모시고 있어 친척들을 자주 만나는데, 예절교육이 자연스레 이루어져요. 또 육아를 함께하며 아들 내외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사회복지와 상담을 공부하고 있어요.” 선배가 대가족 예찬론을 펴자 며느리들은 부부싸움을 마음 놓고 하지 못해 불편할 때가 있다고 귀띔한다.
이들 가족은 소통과 친목을 위해 매주 수요일 밤, 한 주간의 삶을 나누고 함께 기도하며 맛있는 것을 먹는 교제시간을 갖는가 하면 월 1회 온 가족이 같이 쇼핑한다. 그리고 1년에 3∼5회 정도 충북 괴산에 있는 통나무 별장에서 휴식하고 텃밭 농사를 짓는다. 서로를 도와 모두 풍요로워지는 것만큼 아름다운 모습이 또 어디 있을까.
영국의 시인 존 던(John Donne)은 “인간은 누구도 온전한 하나의 섬이 아니다”고 했다. 서로 기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생명체는 지구별에 없다. 하지만 세상은 점점 더 작은 섬들로 나뉜 채 고립되어가고 있다. 흩어져 살던 가족이 만나 정을 나누는 추석을 앞두고 4대가 함께 사는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가족공동체의 소중함을 되새겨본다.
윤필교 (기록문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