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명절-긴 피로… 문화충전 기회로
입력 2013-09-15 16:56
추석 연휴는 문화충전의 시간이기도 하다.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친지 가족들, 또는 친구 연인과 공연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고향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볼 눈물나는 연극도, 알콩달콩 연인끼리 보면 좋은 뮤지컬도, 온 식구가 함께 우리 전통의 소리에 빠져 볼 국악 공연도 있다. 더구나 추석 연휴를 맞아 평소 인기 있던 공연들이 통큰 할인에 들어간다. 알뜰 관객이라면 눈여겨봐야 할 기회다. 한가위 상차림만큼 푸짐하고 다양한 공연 소식을 모았다.
◇고향과 가족을 떠오르게 하는 공연=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깊고 뜨거운 사부곡. 죽음을 앞둔 아버지와 그를 보살피는 가족의 이야기다. 간암으로 생명이 꺼져가는 아버지를 위해 서울에 사는 둘째 아들네가 찾아온다. 원로배우 신구와 손숙이 부부로 출연해 그야말로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연기를 펼친다. 사실적이면서도 섬세한 어휘로 쓰인 대사가 작품의 묘미. 19, 20일은 20% 할인. 서울 서초동 흰물결아트센터. 18일 공연 없음. 3만∼5만원(1544-1555).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는 고전소설 ‘심청전’과 ‘춘향전’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 심청과 춘향을 같은 인물로 설정, 우리 정서에 맞는 뮤지컬로 만들었다. 심봉사의 딸 심춘향과 몽룡이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변학도는 사랑에 충직한 매력적인 남자로, 유약한 심봉사는 딸을 위해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버지로 바뀐다. 방자는 춘향과 몽룡의 야반도주를 돕는 인물로 변화돼 신선함을 더했다. 서양식 밴드를 기본으로 하되 피리 소금 대금 아쟁 북 등 전통악기를 사용하고, 도창(소리로 극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사람)과 고수가 등장해 흥을 돋운다. 18∼22일은 30% 할인. 서울 동숭동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19일 공연 없음. 5만∼7만원(02-749-9037).
오태석 연출가가 이끄는 극단 목화의 음악극 ‘봄봄’은 구수한 시골의 정경을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 작가 김유정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머슴으로 일하는 데릴사위와 교활한 장인의 갈등을 해학적으로 그렸다. 우리말이 가진 맛을 차지게 살리고, 전통춤과 노래를 버무려 잃어버린 옛 고향의 기억을 더듬게 했다.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 17∼18일 공연 없음. 2만∼3만5000원(1544-5955).
◇명절맞이 풍성한 전통공연=국립국악원은 19∼20일 서울 서초동 국악원 연희마당에서 민속 연희를 한자리에 모은 ‘연희, 난장트다’를 펼친다. 뜨거운 에너지와 신명을 느낄 수 있는 사물놀이와 달맞이 민요, 강강술래 등이 어우러진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주인공 감우성(장생 역)의 대역으로 출연한 권원태씨가 줄타기 묘기를 선보인다. 무료(02-580-3300).
서울 세종문화회관은 19∼22일 오후 4시 중앙계단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다양한 무료공연을 펼친다. 19일 풍물광대 ‘꿈꾸는 산대’, 20일 퓨전 타악그룹 ‘소울’, 21일 어쿠스틱 밴드 ‘강백수밴드’에 이어 22일은 해외공연으로 인기가 높은 ‘타악퍼포밍 잼스틱’의 공연이 이어진다. 우천시 취소(02-399-1612).
전통연희집단 ‘The 광대’는 20일 서울 번동 꿈의숲아트센터에서 광대놀음극 ‘도는놈 뛰는놈 나는놈’을 선보인다. 윷놀이 널뛰기 투호 등 다양한 전통놀이와 함께 관객이 참여하는 팔씨름 겨루기, 박 터트리기도 진행된다. 21일은 이곳에서 연화무용단이 부채춤, 태평무를 선보이는 ‘蓮(연) 피어나다’를 공연한다. 두 공연 모두 무료(02-3389-5402).
전통문화예술복합공간 ‘삼청각’에서 연중 상설로 진행되는 런치 콘서트 ‘자미’도 18∼20일 삼청각 일화당에서 특별공연을 연다. 고즈넉한 한옥과 수려한 자연경관, 요일별로 다른 국악공연, 점심식사와 전통차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전통악기 생황을 연주하는 김효영(18일), 여성민요그룹 아리수(19일), 퓨전국악밴드 프로젝트 락(20일) 등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5만∼7만원(02-765-3700).
◇한가위맞이 할인·이벤트=대학로를 대표하는 창작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18∼22일 50% 할인해주고, 추첨을 통해 제주도 왕복항공권을 제공한다. 달콤한 데이트를 원하는 연인 또는 여자친구들까지 가면 좋은 공연이다. 서울 동숭동 쁘띠첼씨어터. 3만원(1588-0688).
유쾌한 웃음과 감동을 주는 검증된 창작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도 19∼22일 50% 할인된다. 동숭동 대학로예술마당. 18일 공연 없음. 4만원(1577-3363).
안영미 강유미 정경미 등 유명 개그우먼이 출연해 방송에서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개그와 춤 노래를 펼치는 코믹컬 ‘드립걸스’도 이벤트를 마련했다. 추석 연휴 관객에게 캔 막걸리를 제공하고, 3인 이상 올 경우 30% 할인해준다. 서울 영등포동 CGV신한카드팝아트홀. 4만4000원, 5만5000원(1577-3363).
세계적인 미국 밴드 그린데이의 음악으로 만든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도 17∼22일 30% 할인된다. 무대 위에서 들려주는 그린데이의 펑크음악은 록 페스티벌에 와 있는 느낌을 준다.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6만∼15만원(02-552-2035).
2011년 토니상 수상작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애비뉴Q’도 17∼22일 VIP, R석에 한해 30% 할인된다. 인종차별 등 민감한 사회문제를 귀여운 인형의 입을 통해 솔직담백하게 털어놓는 작품으로 웃음과 위안을 안겨준다. 서울 잠실 샤롯데시어터. 5만∼13만원(1577-3363).
‘삼봉이발소’는 하일권씨의 유명 웹툰을 원작으로 해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를 유쾌하게 꼬집은 연극. 9월 한 달 동안 화·수·목요일 공연 전석 1만3000원 할인 이벤트를 진행 중이며 18, 20일은 1만2000원이다. 19일 공연 없음. 서울 동숭동 JH아트홀. 3만원(1544-1555).
‘비밥’은 개성 넘치는 요리사들이 최고의 요리를 만든다는 내용의 넌버벌 퍼포먼스. 9월 한 달 동안 정가티켓을 구입한 관객과 동반하는 60세 이상 관객은 1000원에 볼 수 있다. 서울 종로2가 시네코아 비밥 전용관. 4만∼6만원(02-766-0815).
서울시극단은 모성(母性)을 주제로 한 시극 ‘나비잠’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올린다. 19일은 50% 할인. 2만∼3만원(02-399-1135).
극단 학전의 ‘분홍병사’는 프랑스 원작의 뮤지컬. 재미없고 시시한 어른들 세상에서 장난감 세상으로 도망쳐온 소년의 이야기로, 완성도 높은 15곡의 음악이 인상적이다. 19∼22일 특별 한가위 가족권(4인 6만원)이 마련된다. 서울 동숭동 학전블루소극장. 성인 3만원, 어린이·청소년 1만8000원(02-763-8233).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