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혼외 아들’ 논란에 중도하차한 검찰총장

입력 2013-09-13 18:47

채동욱 검찰총장이 13일 사퇴했다. 조선일보가 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을 제기한 지 1주일 만이요, 취임 5개월여 만이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채 총장에 대한 감찰을 전격 지시한 것이 사임의 결정적 계기였다. 법무부는 “국가의 중요한 사정기관 책임자에 대한 도덕성 논란을 조속히 종식시키고 검찰 조직의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감찰 착수 배경을 밝혔다. 그러자 채 총장은 더 이상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보고 법무부 발표 30분 뒤에 대검 대변인을 통해 사의를 표명했다.

법무부는 법 집행 책임자인 검찰총장을 둘러싼 논란을 하루빨리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감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왠지 석연치 않다. 채 총장은 그동안 ‘혼외 아들’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해 왔다. 바로 전날에는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유전자 검사를 이른 시일 내에 실시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채 총장의 반박에 맹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정면돌파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인데 법무부가 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카드를 꺼내든 이유가 아리송하다.

채 총장은 지난 6일 의혹이 불거졌을 때 “검찰을 흔들고자 하는 일체의 시도에 굳건히 대처하겠다”고 ‘음모론’을 제기한 바 있다. 실제로 검찰과 야당 일각에서는 채 총장을 못마땅하게 여긴 여권 핵심부가 국정원을 통해 ‘혼외 아들’ 의혹을 언론에 흘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채 총장이 물러나면서 “모든 사건마다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나오는 대로 사실을 밝혔다.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공직자의 양심적인 직무수행을 어렵게 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 바란다”고 언급한 대목 역시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이에 관한 여권의 해명이 있으면 좋겠다. 행여 검찰을 길들이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면 포기하는 게 낫다.

채 총장의 중도하차에도 ‘혼외 아들’ 의혹의 진실을 규명하는 작업은 지속돼야 한다. 검찰총장이 소문에 휩쓸려 낙마하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채 총장 본인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