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목회세습 금지, 교계에 부는 청량한 바람
입력 2013-09-13 18:45 수정 2013-09-13 23:10
한국 교회에 청량한 바람이 불고 있다. 담임 목회대물림 금지를 법제화함으로써 교회 세습이나 사유화를 막으려는 노력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은 12일 정기총회에서 목회대물림금지법(목회세습방지법)안을 통과시켰다. 참석 총대 1033명 가운데 870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는 79명에 지나지 않는 압도적인 흐름이다.
예장통합의 목회대물림 금지는 지난해 9월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에 이은 두 번째로 타 교단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것으로 보인다. 예장통합은 지난해 기준 소속 교회 8400여개, 교인 수 280만 명에 이르는 장로교 대표 교단이고 기감은 예장합동과 더불어 국내 개신교 3대 교단 가운데 하나이다. 3대 교단 가운데 2개 교단이 목회대물림을 금했다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됐다는 걸 의미한다.
교회세습이 사회문제가 된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등 기독교 단체들은 10여년 전부터 교회세습반대 운동을 펼쳐왔다. 기감이 교회법을 고쳐 세습을 금지해 열매를 맺기 시작할 때까지 꼬박 12년이 걸렸다. 그 사이 일부 대형교회 설립자와 담임목사들은 교회와 목회사역을 자식들에게 물려줘 교회의 분란을 초래하고 사회의 비판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목회철학을 계승한다는 것이 대물림의 이유였지만 교회를 개인의 소유로 생각한다는 사회의 비판을 이겨내기 어려웠다.
서울 충현교회 김창인 원로목사는 소천을 앞둔 지난해 6월 “나의 일생일대의 최대 실수이며 하나님 앞에서 큰 잘못이었음을 회개한다”고 목회대물림에 용서를 구했다. 기독교는 혈연의 종교가 아니기 때문에 특정 직책을 세습시키는 것은 성경에 반한다는 가르침을 깨달았기 때문일 게다. 신앙공동체가 세우는 성소인 교회는 어떤 경우라도 개인이 물려주고 물려받는 사유 재산이 될 수 없다.
이달에 예수교장로회 소속 합동, 고신, 기장 교단 총회가 잇달아 열린다. 이들 교단도 목회대물림 금지 대열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한국교회는 사회에 희망의 목소리를 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