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3고로 화입식… 자동차 소재 전문제철소 우뚝
입력 2013-09-13 18:29
13일 오전 10시30분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제3고로공장. 안전모를 쓰고 작업복을 입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약 2.5m 길이의 봉을 고로 밖 구멍에서 안으로 집어넣었다. 고로 가동을 위한 첫 불을 주입한 것이다. 고로 3기를 지어 자동차 소재 전문제철소로 거듭나겠다는 ‘7년 대장정’이 마침내 결실을 본 순간이었다. 고로는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거대한 용광로다.
현대제철은 2006년 10월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일관제철소 건설에 나섰다. 제선, 제강, 압연의 세 공정을 모두 갖춘 제철소가 일관제철소다. 2010년 1월 고로 1기를, 같은 해 11월 고로 2기를 지어 가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고로가 쇳물을 품었다.
고로 3기 건설을 진두지휘한 정 회장은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100년 동안 꺼지지 않을 불을 지폈다”면서 “제철산업은 기계산업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 앞으로 경제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자동차 강판과 특수강에 쓰이는 쇳물을 고로 1곳당 연간 400만t씩 모두 1200만t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기존의 전기로 부문 생산능력 1200만t을 합치면 2400만t의 조강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연산 2400만t은 전 세계 철강업체 순위에서 10위권을 바짝 추격하는 규모”라면서 “올해 이후에는 세계 11위 규모 글로벌 철강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고로 가동은 국내 경제에 여러 의미를 지닌다. 먼저 자동차나 선박을 만들 때 쓰는 고품질 철강재의 수입량을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5위의 철강 강국이지만 고로에서 뽑아내는 고품질 철강재는 상당량을 일본과 중국에서 수입했다. 현대제철은 “3고로 가동으로 연간 8조900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파급 효과도 상당하다. 현대제철은 고로 3기를 짓는 7년간 9조8845억원을 투자했다. 건설 과정에서 9만5800명, 운영과정에서 11만300명 등 모두 20만6100명의 고용이 창출됐다. 생산유발 효과도 45조8810억원에 이른다.
현대제철은 고품질 철강재 생산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동력이 될 특수강 산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특수강은 고강도·내마모성이 요구되는 소재다. 엔진·변속기 등 자동차 핵심부품에 쓰인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 부지에 1조원을 투자해 정밀압연설비를 갖춘 특수강 공장을 짓고 있다. 자동차의 중요 부속으로 쓰이는 철 분말을 생산하는 공장도 내년 2월 양산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광석 원료를 하역 단계에서부터 밀폐형 컨테이너로 이동시켜 먼지를 발생시키지 않는 등 친환경 제철소 모습도 갖췄다”면서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를 향한 도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진=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