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전통시장 주변도로 가보니… 얌체족·상인들이 점령 ‘무용지물’
입력 2013-09-14 05:19
서울 창천동에 사는 김영순(56·여)씨는 12일 추석 장을 보기 위해 서울 남가좌동 모래내시장을 찾았다. 장을 본 물품을 실으려고 차를 몰고 갔는데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시장 주변을 30분 이상 돌아야 했다. 김씨는 “추석을 앞두고 서울시가 전통시장 주변에 주차를 허용한다고 해서 쉽게 주차할 수 있을 줄 알았다”며 “막상 나와 보니 상인이나 주변 직장인들이 주차공간을 선점해 정작 시장 이용객들은 주차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전통시장 방문객들을 위해 22일까지 시장 주변 도로에 한시적으로 주정차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9∼12일 서울시내 전통시장 5곳을 돌아본 결과 얌체 주차족과 상인들 차량 때문에 정작 시장 손님들은 주차하지 못해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 망원동 월드컵시장은 주정차 허용 구간이 150m 남짓밖에 안돼 촘촘히 주차해도 30대 이상 세우기 어렵다. 이곳에 차를 대는 사람들을 관찰해 보니 주차만 해놓고 시장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은 30분∼1시간 개인 용무를 보고 돌아와 차를 타고 자리를 떴다.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한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렇게 주차공간을 이용한 황모(58)씨에게 “이곳은 시장 고객들 주차하는 곳인데 알고 있느냐”고 묻자 그는 “알지만 자리가 비어 잠깐 주차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주변에 일이 있어 주차했다는 이모(48·여)씨도 “잠깐 주차한 거라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차도 주차장을 선점하고 있었다. 모래내시장은 노상 주차공간의 절반 정도를 시장 상인들의 차량이 장시간 점령하고 있었다. 서울 영천동 영천시장도 입구에 15대 정도 차를 세울 수 있는데 상인 차량 6∼7대가 이미 주차돼 있어 막상 손님들이 주차할 공간은 협소했다.
서울시는 주차관리 인력을 파견하는 등 얌체 주차를 막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마포구청 소속 주차관리원 구모(62)씨는 “시장을 이용하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제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통시장 주변 주정차 허용 구간에 교통안전표지판과 플래카드를 설치하고 장시간 주차하는 차량은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요진 기자 tru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