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3 선생님들 “추천서 쓰느라 죽을 맛”

입력 2013-09-14 05:09


서울 강남 A고교의 고3 담임 이모(45) 교사는 반 아이들의 추천서 작성 때문에 이번 추석 연휴 귀향 계획을 접었다. 올해 처음 시행되는 선택형 수능에 대한 부담으로 고3 재학생들이 정시 대신 수시에 대거 지원하면서, 연휴 동안 작성해야 할 추천서가 20여장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반 아이 절반 이상이 이번 1차 수시모집에 지원해 주말도 없이 거의 매일 밤을 새우며 추천서를 쓰고 있다”며 “4년제 대학의 경우 지원횟수가 6회로 제한되지만 전문대의 경우 지원횟수 제한이 없어 써도 써도 끝이 없다”고 토로했다.

9월 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수시 1차 모집 때문에 주말과 추석 연휴까지 반납한 교사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부분 4년제 대학들은 이번 주말 원서접수를 마감하지만 곧바로 전문대 수시모집이 시작되면 9월 말까지 이어진다. 고3 담임 및 진학지도 교사들은 “이달 초부터 모의평가, 수능 원서 접수에 수시 원서 접수까지 몰아치느라 주말에 쉰 적이 없다”며 “심지어 주변엔 링거를 맞아가며 추천서를 쓰는 교사들도 있다”고 전했다.

고3 담임교사들이 수업을 모두 소화하면서 하루에 쓰는 추천서는 평균 7∼10개 정도. 올해의 경우 선택형 수능에 대한 부담 때문에 유난히 고3 재학생들의 수시 지원이 늘어나 하루에 7∼8개 이상씩 쓰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원서접수 마감 날짜를 맞추기 어렵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하소연이다.

서울 강북 B고교 고3 담임 김모(50) 교사는 “우리 반 아이들만 해도 1인당 적게는 2개, 많게는 10여개(4년제 및 전문대 포함)까지 원서를 쓴다”며 “재학생들 것만 해도 벅찬데 졸업한 재수생 원서까지 쓰느라 밤을 새워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서울 C사립고교 등 일부 학교들의 경우 수시 면접 대비를 위해 추석 연휴 동안 면접대비반을 운영하고 있어 교사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빡빡한 일정과 대학별로 제각각인 전형 때문에 마감일을 놓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서울 D고의 박모(35) 진학지도 교사는 “지난해 옆 학교 선생님이 전형일을 착각해 추천서를 못 내는 일도 있었다고 들었다”며 “그런 실수를 저지르면 자칫 학생들의 인생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꼼꼼히 일정을 확인하며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이어 “매년 입시철마다 고3 담임과 진학지도 교사들이 모든 학생의 추천서를 작성하는 것은 추천서의 품질은 물론 효율 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고교에서 진학 업무가 갖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진학지도 교사 확충 등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